행정
의약품 제조업체인 A 주식회사는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보툴리눔 제제를 국내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간접수출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간접수출 행위가 약사법상 국내 판매에 해당하며, 국가출하승인 미이행, 한글 표시 기준 위반, 무자격자 판매 등의 위반 사항이 있다고 보아 품목허가 취소, 판매업무 정지, 회수·폐기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A 회사는 간접수출은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지 않으며, 행정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고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간접수출이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므로 국가출하승인 등을 거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동안 행정기관들이 간접수출 관행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나 제재를 하지 않았던 점, A 회사의 법 위반 인식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 실제로 국내 유통되어 공중위생에 위해를 초래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품목허가 취소와 모든 제조번호에 대한 회수·폐기 명령은 A 회사에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품목허가 취소와 모든 제조번호 회수·폐기 명령은 취소하고, 이미 국내 수출업체에 양도된 특정 제품에 대한 회수·폐기 명령 및 1개월 판매업무 정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인 A 주식회사는 2016년 1월 4일부터 2020년 12월 14일까지 약 5년간 국내 수출 대리점을 통해 수출용 보툴리눔 제제 3,912,635개(약 1,435억 원 상당)를 간접수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회사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고, 의약품 용기나 포장에 한글 표시를 하지 않았으며, 의약품 판매 자격이 없는 국내 수출대행업체에 의약품을 양도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행위를 약사법 제53조 제1항(국가출하승인 미이행), 제56조 제1항 및 제61조 제1항(표시기준 위반), 제47조 제1항 제1호(무자격자 판매)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피고)에게 통보했습니다.
피고는 이 통보를 바탕으로 A 회사에 대해 2021년 11월 10일 잠정 제조·판매중지 명령과 특정 제품 회수·폐기 명령(제1처분)을 내렸고, 2021년 12월 2일에는 품목허가 취소 및 1개월 판매업무정지 처분(제2처분)과 전 제조번호 의약품 회수·폐기 명령(제3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 회사는 이 처분들이 위법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내 수출대행업체를 통한 의약품 간접수출 행위가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따른 국가출하승인, 한글 표시, 판매 자격 제한 등의 규정 위반 여부,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내린 품목허가 취소, 판매업무 정지, 회수·폐기 명령 등의 행정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가 2021년 12월 2일 원고(A 주식회사)에 대해 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과 전(全) 제조번호 의약품 회수·폐기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잠정 제조·판매중지 명령 및 1개월 판매업무정지처분 취소 등)는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의약품을 국내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간접수출하는 행위가 약사법상 '판매'로 간주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따라서 수출용 허가를 받았더라도 국내 수출업체에 유상으로 양도하는 과정에서 국가출하승인, 한글 표시, 의약품 판매 자격 등 국내 판매 관련 약사법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졌고 행정기관의 명확한 지침이나 제재가 없었던 상황에서 품목허가 취소와 같은 과도한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행정처분의 합리성과 비례성을 강조하며, 기업의 법 위반 동기 및 책임 정도, 실제 공중 보건 위해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품목허가 취소 및 전 제조번호 회수·폐기 처분은 취소되었으나, 구체적인 위반 품목에 대한 회수·폐기와 1개월 판매업무 정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되어, 간접수출 방식에 대한 제약회사의 주의가 요구됨과 동시에 행정청의 처분 또한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사법 제53조 제1항 (국가출하승인 의무): 특정 의약품(생물학적 제제 등)을 판매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출하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가 국내 수출대행업체에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한 행위는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하며,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이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확보를 통해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려는 약사법의 목적과 관련됩니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1호 나목 (의약품 판매 자격 제한): 의약품공급자(품목허가자, 수입자, 도매상 등)는 약국개설자 등 법에 따라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 외의 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가 의약품 판매 자격이 없는 국내 수출대행업체에 의약품을 양도한 것이 이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약사법 제56조 제1항 및 제61조 제1항 제1호 (표시기준 위반):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특정 사항(예: 한글 표시)을 적어야 하며, 이를 위반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됩니다. 간접수출이 국내 판매로 간주된 만큼, 한글 표시가 없는 의약품을 판매한 것은 이 조항들을 위반한 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약사법 제71조 제1항 (위반 의약품 회수·폐기 등 명령):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사법을 위반하여 판매된 의약품이나 불량한 의약품 등에 대해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폐기하거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공중위생상의 위해 발생 우려를 요건으로 하지 않고, 위반 의약품에 대한 조치를 취할 행정청의 합리적 재량권을 부여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개인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신뢰에 반하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원론적인 답변이나 약사법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이 없는 기관의 답변은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없으며, 설령 공적 견해표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의 국내 유통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 보건상 공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어 신뢰보호의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재량권 일탈·남용의 법리: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부당하게 행사되었는지 여부는 위반 행위의 내용,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개인이 입을 불이익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교량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행정기관들이 간접수출 관행에 대해 적절한 감독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원고의 법 위반 인식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 실제로 국내 유통되어 공중위생상 위해가 초래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 품목허가 취소 및 전 제조번호 회수·폐기 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처분들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약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수출'이라는 명목으로 국내에서 제품을 거래할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간접수출'의 법적 성격 이해: 국내 수출대행업체에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최종 목적지가 해외라 하더라도 약사법상 '판매'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내 판매에 적용되는 국가출하승인, 한글 표시 의무, 판매 자격 제한 등의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명확한 수출 정의 확인: 약사법상 '수출'은 내국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의약품의 직접수출과 간접수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국내에서 유상 거래가 발생한다면 국내법상 '판매'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행정기관의 공식 입장 확인: 관련 법령이나 민원안내서의 원론적인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거나 특정 상황에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업 방식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행정기관의 유권해석을 사전에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행의 위험성 인식: 오랫동안 특정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고 행정기관의 제재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는 법 위반의 면책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판결처럼 과도한 제재에 대해서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근거로 참작될 여지는 있습니다.
처벌의 비례성 고려: 위반 행위의 심각성, 기간, 횟수, 공중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 그리고 기업에 미치는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정처분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품목허가 취소나 전 제조번호 회수·폐기 등은 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행정청은 이러한 처분을 내릴 때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계약 내용의 중요성: 국내 수출대행업체와의 계약 시, 수출 대상 국가, 조건 결정 권한, 대금 지급 방식 등을 명확히 하고, 해당 의약품이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