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행정
자동차운전학원을 운영하던 두 회사는 공익사업으로 인해 소유 토지 및 그 위에 설치된 시설물들을 수용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설물(지장물)에 대해 이전비가 아닌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이 회사들에게 시설물 자진 철거를 요청하고, 불응하자 행정대집행으로 시설물을 철거한 뒤 철거 비용 납부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장물에 대해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을 받은 이상 회사들은 철거 의무가 없으므로 서울시의 철거 명령과 이를 근거로 한 대집행 비용 납부 명령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은 1999년부터 서울 노원구의 토지 위에서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운영하며 가설건축물 및 기타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이후 이 토지가 서울시의 민간투자사업 구역에 포함되었고, 가설건축물 존치 기간 연장이 불허되었습니다. 2020년 11월 27일 서울특별시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지장물에 대해 물건의 가격으로 손실 보상을 결정했으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21년 7월 22일 손실 보상금을 증액하는 이의재결을 했습니다. 수용재결 이후 노원구청장은 원고들에게 자진 철거를 요청했고, 피고 서울시는 2021년 2월부터 여러 차례 자진 철거를 계고(독촉)했으나 원고들이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자, 2021년 7월 30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시설물을 철거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1년 8월 25일 철거 공사 및 건설폐기물 처리 비용 등 총 1억 162만 200원을 원고들에게 납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명령에 따라 비용을 납부한 뒤 해당 납부 명령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공익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되고 그 위에 있던 시설물(지장물)에 대해 이전비가 아닌 물건의 가격으로 손실 보상을 받은 경우, 기존 소유자에게 해당 시설물에 대한 철거 의무가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를 진행한 뒤 부과된 대집행 비용 납부 명령의 유효성 여부입니다.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2021년 8월 25일 원고들에게 내린 각 행정대집행 비용 납부 명령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법원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지장물에 대해 이전비가 아닌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이 이루어진 경우, 사업시행자가 지장물 소유자에게 철거를 요구할 수 없고 자신의 비용으로 직접 제거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해당 지장물에 대한 철거 의무가 없으며, 철거 의무가 없는 자에게 내려진 철거 명령 및 이에 근거한 행정대집행은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무효인 철거 명령에 기반한 대집행 비용 납부 명령 또한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본 판결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의 주요 조항들을 해석하여 적용했습니다.
토지보상법 제75조 제1항: 이 조항은 공익사업에 편입되는 건축물 등의 지장물에 대해 이전비로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전이 어렵거나 이전비가 물건의 가격을 넘는 경우, 또는 사업시행자가 공익사업에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해당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원고들이 지장물에 대해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을 받았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33조 제4항 및 제36조 제1항: 이 시행규칙은 토지보상법 제7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된 건축물 등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철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명시합니다. 다만 소유자가 해당 물건의 구성 부분을 사용하거나 처분할 목적으로 스스로 철거하는 경우에는 소유자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판결은 원고들이 스스로 철거하겠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으므로 사업시행자인 F 주식회사가 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행정대집행법 제3조 제1항: 이 법은 의무자가 행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행정기관이 스스로 의무를 대신 이행하고 그 비용을 징수할 수 있는 행정대집행의 요건을 규정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에게 애초에 철거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했으므로, 행정대집행의 전제 조건인 '의무 불이행'이 충족되지 않아 대집행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행정행위의 무효론: 법원은 원고들에게 철거 의무가 없었음에도 피고가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인 행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무효인 행정행위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행정대집행 및 그 비용 납부 명령 또한 무효라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64조 제3항이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83조 등 피고가 근거로 삼았던 법령들이 이 경우에 원고들에게 철거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해석에 기반합니다.
공익사업으로 인한 토지 수용 시 건물이 아닌 가설건축물이나 공작물 등 '지장물'에 대한 보상 방식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지장물에 대해 이전비(옮기는 데 드는 비용)가 아니라 물건의 가격(물건 자체의 가치)으로 보상을 받았다면, 원칙적으로 소유자에게 해당 지장물을 철거할 의무가 사라집니다. 이 경우 철거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게 되므로, 자진 철거 요청이나 대집행 비용 납부 명령을 받더라도 해당 보상 내용이 물건 가격 기준이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보상 결정문이나 관련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여 보상 방식과 내용, 그리고 그에 따른 철거 의무 부담 주체를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