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주식회사 A는 면세점에 중국 구매대행업자(따이공)를 송객하고 송객 수수료를 받는 상위 여행사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위 여행사들로부터 따이공 모객 용역에 대한 매입 세금계산서를 수취했습니다. 그러나 세무서는 이 세금계산서가 실제 용역 제공 없이 발급된 가공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약 4억 6천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중위 여행사들과의 거래가 실질적인 용역 거래였다고 주장하며 부과 처분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중국 구매대행업자(따이공)를 면세점으로 유치하고 면세점으로부터 '송객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면세점은 상위 여행사에 따이공 모객 및 송객 용역을 의뢰하고, 상위 여행사는 이를 중위 및 하위 여행사에 재하도급하는 복잡한 다단계 거래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면세점은 따이공에게 지급할 페이백 수수료까지 포함한 대금을 상위 여행사에 지급했고, 이 대금은 하위 단계를 거쳐 따이공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 구조에서 따이공과 직접 거래하는 최하위 여행사는 따이공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수취할 수 없어 부가가치세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일부 최하위 여행사들이 '폭탄업체'로 지목되어 폐업하거나 대표자가 잠적하는 등 조세회피 의도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원고인 주식회사 A가 이 사건 중위 여행사로부터 실제 용역을 제공받은 바 없음에도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고 판단하여 2018년 제2기 부가가치세 약 4억 6천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세무서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고,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상위 여행사인 주식회사 A가 중위 여행사로부터 받은 매입 세금계산서가 실제 용역의 제공 없이 발행된 '가공 세금계산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과세관청인 피고가 해당 세금계산서가 가공이라는 점을 충분히 증명했는지 여부가 핵심 판단 사항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남대문세무서장이 주식회사 A에 대해 한 2018년 제2기 부가가치세 467,839,840원(가산세 포함)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과세관청이 원고인 주식회사 A와 중위 여행사 사이의 거래가 실질적인 용역 제공 없는 가공거래임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에게 부과된 부가가치세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부가가치세법'의 여러 조항과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매입세액 불공제): 이 조항은 발급받은 세금계산서에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되었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특히, 실제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와 세금계산서상 공급자가 다를 경우, 이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간주되어 매입세액 공제가 불가능해집니다.
부가가치세법 제60조 제3항 (가산세): 재화나 용역을 실제로 공급하지 않았는데 세금계산서를 발급했거나, 반대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지 않았는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경우에는 해당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금액(공급가액)의 100분의 3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세로 납부세액에 더하거나 환급세액에서 차감하게 됩니다.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용역의 공급의 정의 및 판단 기준): 용역의 공급은 계약이나 법률에 따라 역무를 제공하거나 시설물, 권리 등 재화를 사용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정 거래가 부가가치세법상 용역의 공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순히 계약서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당사자의 목적, 거래 경위, 대금 지급 관계, 이익의 귀속 주체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증명책임 원칙: 과세관청이 특정 거래가 실질적인 용역 제공이 없는 명목상의 거래이므로 그 과정에서 수취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를 증명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과세관청이 해당 거래가 '가공거래'(허위 거래)라는 점을 상당한 정도로 증명했다면, 납세의무자가 실제로 재화나 용역이 수수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이 사건 다단계 거래 판단 기준: 이 사건과 같은 복잡한 다단계 거래 구조에서는 각 여행사가 조세회피 목적의 가공업체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 여행사와 그 인접 상·하위 여행사가 수행한 용역의 내용 ▲각 여행사가 매출처 또는 매입처와 체결한 계약서의 내용 및 이행 여부 ▲해당 세금계산서의 발행 주체, 장소 및 경위 ▲용역 제공을 위한 비용 지출 여부 ▲이 사건 대가의 지배·관리·처분 내역 ▲해당 여행사 및 그 인접 상·하위 여행사의 설립 경위, 대표자, 인적·물적 조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여행사가 이 사건 용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실질적으로 수행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복잡한 다단계 거래 구조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각 거래 단계에서 실질적인 용역 제공 여부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계약서, 정산서, 그리고 실제 용역 이행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철저히 갖추어두어야 합니다. 특히, 따이공 모객과 같이 여러 단계를 거쳐 대금이 정산되는 경우, 각 단계별로 수행한 용역의 내용과 이익 귀속 주체를 명확히 하고 대가 지급 관계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세 당국은 다단계 거래에서 세금 회피 목적의 '가공거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에, 각 업체의 설립 경위, 대표자, 인적·물적 조직의 실재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거래하는 상대방 업체, 특히 하위 단계의 업체의 재정 상태나 사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사전에 확인하여 혹시 모를 '폭탄업체' 개입으로 인한 연쇄적인 세금 불이익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법률 전문가의 상담은 제외하지만, 세금계산서의 발급과 수취는 실제 재화나 용역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명목상의 거래는 매입세액 불공제는 물론 가산세까지 부과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