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판결은 금융기관인 원고들이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금융실명법상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여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금융실명법에서 규정하는 '실명에 의하지 아니한 금융자산'의 정의를 '실지명의' 또는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나누어 해석하더라도, 이 사건 계좌는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개설되었으므로 금융실명법 제5조의 차등세율 적용 대상인 '비실명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금융거래의 '거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 즉 원칙적으로 예금명의자로 보아야 하며, 단순히 실제 돈을 낸 사람(출연자)이 있다고 해서 모든 차명계좌가 고율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이 원고들에게 부과한 소득세 징수 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2017년 11월경,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검찰 수사나 국세청 조사 등으로 차명계좌임이 객관적으로 밝혀진 경우 해당 계좌의 금융자산이 금융실명법 제5조에 따른 차등과세(원천징수세율 90%) 대상인 비실명자산에 해당한다는 행정해석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남대문세무서장과 영등포세무서장(피고들)은 주식회사 A, 주식회사 B, 중소기업은행(원고들)에 개설된 일부 계좌(이 사건 계좌)를 차명계좌로 보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한 세액과 이미 납부된 세액의 차액을 납부하라고 안내했습니다. 원고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들은 고율의 원천징수 이자소득세를 부과(납세·고지)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처분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으나, 2020년 8월부터 9월 사이에 모두 기각되자, 해당 징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융실명법상 '실명' 및 '거래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차명계좌가 금융실명법 제5조에 따른 차등세율(원천징수세율 90%) 적용 대상인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비실명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금융기관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개설한 계좌의 경우에도 차등과세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모든 차명계좌가 규제 대상이 되는지 아니면 특정 유형의 차명계좌만 규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또한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실제 소유자인 출연자를 기준으로 과세 요건을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원천징수 단계에서는 금융실명법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세무당국)이 원고들(금융기관)에 대하여 한 별지 목록 기재 각 소득세 징수 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금융실명법 제5조의 '실명'을 ① '실지명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든, ② '거래자의 실지명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든,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이 금융실명법 제5조의 비실명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특히 법원은 '거래자'를 금융거래계약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자산 환급청구권을 갖는 계약상의 채권자, 즉 원칙적으로 '예금명의자'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예금명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예금명의자가 아닌 돈을 낸 사람(출연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실명법에 위반되지 않는 '단순 차명거래'로 보았습니다. 다만 금융기관과 출연자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합의 차명거래'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비실명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과 계좌 명의자 및 출연자 사이에 명의자를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금융자산 환급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계좌는 금융실명법 제5조의 차등세율 적용 대상인 비실명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과세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또한 실질과세 원칙은 소득의 궁극적인 귀속자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적용될 여지가 있으나, 원천징수 단계에서 금융실명법 등의 과세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차등세율 적용 대상을 임의로 확장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금융실명법) 제1조, 제2조 제4호, 제3조 제1항, 제5조: 이 법은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경제정의 실현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금융회사는 '거래자의 실지명의(실명)'로 금융거래를 해야 합니다. 특히 제5조는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100분의 90의 높은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실명에 의하지 아니한 거래'의 의미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이 '실명'을 '실지명의' 또는 '거래자의 실지명의'로 해석하더라도 '합의 차명거래'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차등과세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소득세법 제127조 제1항, 제129조 제1항 및 제2항 제2호, 제128조: 이 법들은 이자소득 등을 지급하는 자의 원천징수 의무, 일반적인 원천징수세율, 그리고 금융실명법 제5조가 적용되는 경우의 높은 세율 적용 및 납부 기한 등을 규정하여 금융실명법과 연계된 과세의 법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실질과세의 원칙): 과세 대상 소득 등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입니다. 피고들은 이 원칙을 근거로 차명계좌의 실제 소유자(출연자)에게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천징수 단계에서는 금융실명법의 과세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실질과세 원칙이 원천징수 단계의 차등세율 적용 대상을 임의로 확장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차명계좌가 고율 과세 대상은 아닙니다. 법원은 단순히 다른 사람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고 해서(단순 차명거래) 모두 금융실명법상 고율 과세 대상인 '비실명자산'으로 보지 않습니다. 금융기관이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계좌를 개설하고, 그 명의자가 금융기관에 대해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진다면 원칙적으로 실명거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합의 차명거래' 여부가 중요합니다. 고율 과세 대상이 되는 '비실명자산'은 금융기관과 실제 돈을 낸 사람(출연자)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에게 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합의 차명거래'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됩니다. 실제 예금주가 누구인지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만약 예금명의자가 아닌 실제 돈을 낸 사람이 예금주라고 주장하려면, 금융기관과 그 돈을 낸 사람 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있었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매우 엄격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금융기관의 실명확인 의무와 차등과세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금융기관이 계좌 개설 시 실명확인 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되는 것과, 해당 계좌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차등과세를 할 것인지는 별개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에서는 금융기관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개설한 계좌의 이자소득에 대해 차등과세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상생활의 부득이한 차명거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종중, 동문회 등 비법인 단체의 총무가 단체 자금을 개인 계좌로 관리하거나, 가족 간 생활비 관리 등 불법적인 목적 없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차명거래가 무분별하게 고율 과세 대상이 될 경우의 문제점도 판결에서 언급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차명거래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