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국가스공사가 A 주식회사에 대해 냉동시스템 납품 계약상 도서 제출 의무를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6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 주식회사의 의무 불이행 정도가 계약의 본래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할 만큼 중대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한국가스공사의 처분을 취소한 사례입니다.
한국가스공사는 '패키지형 수소충전소'의 일부를 구성하는 냉각장치의 냉동시스템 제작 및 설치를 위해 공개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7년 8월 25일 낙찰자로 선정되어, 2017년 8월 31일 계약금액 277,642,340원에 냉동시스템 납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A 주식회사는 계약 후 1주일 내 14개의 '1주차 도서'를, 4주일 내 36개의 '4주차 도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A 주식회사는 이 도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피고 한국가스공사는 제출된 도서의 내용이 미흡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17년 11월 22일,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공기업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업체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의 해석 및 적용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계약상 주요조건 위반을 넘어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피고 한국가스공사가 2017년 11월 22일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하여 한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원고가 일부 도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했으나, 제출된 1주차 도서의 내용이 계약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미흡하다고 보기 어렵고, 기술적 문제 또한 향후 협의를 통해 수정 및 보완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4주차 도서의 제출 지연 또한 협력업체와의 유기적인 협의 및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상 지체상금 조항이나 계약 기간 연장 규정 등 다른 제재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도서 제출 지연만을 이유로 계약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거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여 6개월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처분은 비례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은 공공기관이 계약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린 것이 적법한지 여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1. 공공기관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근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2항, 제3항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에 따르면, 공기업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8호 나목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를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명백한 경우'의 해석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호 가목 및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2. 개별기준 제16호는 '계약을 체결 또는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와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주요조건을 위반한 경우'를 구분하여 각각 6개월과 3개월의 제재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과 같이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하기 위한 사유인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단순히 '계약상 주요조건을 위반한 정도'를 넘어 '그 계약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거나 그 정도에 비추어 도저히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한정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비례의 원칙 적용 국가계약법에서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를 둔 취지는 공정한 입찰 및 계약 질서 유지를 통해 국가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고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모든 채무불이행에 대해 무조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큽니다. 따라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의 내용, 체결 경위, 이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불이행에 정당한 이유가 없고, 아울러 그것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6458 판결 등 참조).
4. 행정처분의 적법성 판단 기준 및 입증책임 행정처분의 적법 여부는 해당 처분이 이루어진 때의 법령과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대법원 1981. 12. 8. 선고 80누412 판결 등 참조),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청인 피고에게 그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누124 판결 등 참조).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 도서 제출 등 중간 의무 이행이 지연되더라도, 그 지연이 계약의 본질적인 목적 달성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니라면 과도한 제재는 피할 수 있습니다. 계약 내용에 따라 지체상금, 계약 기간 연장 등 다른 제재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면,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강력한 제재는 신중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술 개발 관련 계약의 경우, 협력업체와의 조율이나 기술적 난이도 등으로 인한 지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출된 도서나 결과물이 일부 미흡하더라도 수정 및 보완을 통해 계약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이는 계약 불이행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확보하고 공정한 입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처분 사유가 해당 계약의 중대한 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