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원고 주식회사 동부하이텍은 2007년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대가와 순자산가액의 차액인 2,931억 원 상당을 '영업권'으로 회계장부에 계상했습니다. 과세관청인 삼성세무서장은 이 금액을 법인세법상 감가상각 대상인 영업권 및 합병평가차익으로 보아 법인세 약 671억 원과 농어촌특별세 약 100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해당 영업권이 증권거래법령에 따른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회계 기술적으로 발생한 것이며, 세법상 요구되는 '사업상 가치'나 '초과수익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합병과정에서 계상된 영업권이 세법상 영업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법인세 및 농어촌특별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동부하이텍(구 동부한농)은 2007년 5월 1일 반도체 제조업체인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했습니다. 이 합병은 구 증권거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라 합병 당사 법인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여 진행되었습니다. 합병 과정에서 원고가 동부일렉트로닉스 주주들에게 교부한 합병신주의 가액(시가)은 총 5,923억 6천여 만 원이었는데, 이는 동부일렉트로닉스의 순자산 공정가액 2,991억 8천여 만 원을 2,931억 8천여 만 원 초과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원고는 이 초과액을 '영업권'으로 회계장부에 계상했으나, 이를 세법상 영업권으로 보지 않아 감가상각비를 손금산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삼성세무서장은 이 '영업권'이 세법상 감가상각 대상 자산이며 합병평가차익에 해당하므로, 이를 익금에 산입하고 감가상각비로 손금 추인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세무서장은 2013년 3월 12일 원고에게 2007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671억 7백여 만 원(가산세 포함)과 농어촌특별세 100억 5천여 만 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 과세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해당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상장법인 간의 합병 시 증권거래법령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합병대가와 순자산가액의 차액으로 발생하는 회계상 영업권이 법인세법상 감가상각자산으로 인정되는 '사업상 가치' 있는 영업권에 해당하여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될 수 있는지 여부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07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67,107,749,780원(가산세 27,573,762,764원 포함) 및 농어촌특별세 10,051,044,240원(가산세 4,281,545,221원 포함)의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상장법인 간 합병에서 증권거래법령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경우, 이로 인해 합병대가가 피합병법인의 순자산 공정가액을 초과하여 회계장부에 계상된 '영업권'은 단순히 회계처리의 기술적 과정에서 발생한 금액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합병법인인 동부일렉트로닉스가 합병 당시 누적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영업권이 세법상 감가상각자산으로 인정될 만한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여 승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계상한 회계상 영업권을 자산으로 보아 합병평가차익으로 익금에 산입하고 감가상각자산으로 손금 추인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기업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의 세법상 인정 여부와 관련된 중요한 판결입니다.
1.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24조 제4항 (감가상각자산으로서의 영업권): 이 조항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의 자산을 평가하여 승계한 경우로서 '피합병법인의 상호, 거래관계, 기타 영업상의 비밀 등으로 사업상 가치가 있어 대가를 지급한 것'에 한하여 영업권을 감가상각자산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여기서 '사업상 가치'는 단순히 합병대가와 순자산의 차이가 아니라, 피합병법인이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 즉 '초과수익력'을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2.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합병평가차익): 이 조항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자산을 평가하여 승계한 경우, 그 가액 중 피합병법인의 장부가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합병평가차익'으로 보아 합병 당해 사업연도 익금에 산입하도록 합니다. 만약 영업권이 세법상 자산으로 인정된다면, 이는 합병평가차익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3. 구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의7 제1항 및 구 증권거래법 시행규칙 제36조의12 제1항 (상장법인 합병비율 산정): 상장법인 간의 합병에서는 합병 당사 법인들이 임의로 합병가액을 정할 수 없고, 평가기준일 현재 거래소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합병비율의 객관성과 적정성을 보장하여 불공정한 합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피합병법인의 자산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여 합병가액을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4. 결합회계준칙 (회계상 영업권): 회계에서는 기업결합 시 매수원가(합병대가) 중 식별가능한 순자산의 공정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영업권'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회계상 영업권'이 반드시 세법상 '사업상 가치' 있는 영업권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에서 상장법인 합병 절차에 따라 주가 기준으로 산정된 합병대가와 순자산가액의 차액으로 발생한 '영업권'은 단순히 회계처리의 기술적 과정에서 나타난 금액이며, 피합병법인인 동부일렉트로닉스가 지속적인 누적 손실을 기록했던 점에 비추어 세법상 요구되는 '초과수익력'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법상 영업권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히 회계상 영업권이 계상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장법인 간의 합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업권'의 세무 처리는 회계상 처리와 다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증권거래법령에 따라 주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강제되는 경우, 합병대가가 피합병법인의 순자산 공정가액을 초과하여 발생하는 '회계상 영업권'은 곧바로 세법상 감가상각 대상인 '영업권'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법상 영업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합병법인의 상호, 거래관계, 영업 비밀 등으로 인한 '사업상 가치'나 '초과수익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그 가치가 합병대가에 반영되었다는 점이 명확해야 합니다. 피합병법인이 합병 당시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합병 과정에서 계상된 영업권이 세법상 '초과수익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인정받기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합병을 계획하는 기업은 회계상의 영업권과 법인세법상 감가상각자산인 영업권의 개념 및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합병 후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문제를 사전에 검토하고 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