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행정
학교법인 숙명학원이 과거 황실로부터 무상 사용 승낙을 받은 토지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약 73억 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자, 숙명학원이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숙명학원에 토지 무상 사용권이 있다고 보아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숙명학원은 1938년 5월 20일 이왕직장관으로부터 경기도 경성부 청엽정 2정목 소재 토지(현재 서울 용산구 청파동 일대)를 학교 부지로 무상 사용하겠다는 승낙을 받고 숙명여자전문학교 건물을 신축하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까지 이 토지를 점유·사용해왔습니다. 이 토지는 구 황실재산법에 따라 국유재산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여러 기관(구황실재산 사무총국, 문화재관리국, 용산구청장)에서 관리해왔습니다. 관리청은 숙명학원에 토지 사용을 여러 차례 승낙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유상 대부나 매수를 제안하거나 변상금 부과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1992년 용산구청장이 변상금을 부과했으나, 숙명학원은 소송을 제기하여 1994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상 사용 권원을 인정받아 승소했습니다. 이후 용산구청장은 다시 무상 사용을 승낙하고 숙명학원은 토지 위에 교수회관, 대학본부, 학생회관 등 견고한 건물을 신축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기획재정부장관의 결정으로 이 토지의 관리·처분 사무가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관되었고,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12년 4월 숙명학원이 토지를 무단 점유·사용하고 있다며 73억여 원의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지했습니다. 숙명학원은 변상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012년 5월 10일 정식으로 변상금 합계 7,382,148,830원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숙명학원은 이 변상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국유재산 관리·처분 사무를 위탁받았는지, 그 위탁 범위에 변상금 부과 권한이 포함되는지 여부와, 공사가 변상금 부과 시 위탁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 처분 위법 사유가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1992년 용산구청장의 변상금 부과 처분 취소 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처분에 미치는지 여부와, 숙명학원이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법적 권원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1938년 이왕직장관의 사용 승낙이 가지는 법적 효력과 국가의 의무 승계 여부, 사용대차 계약 해지 사유의 유무, 쌍방대리 무효 주장의 타당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학교법인 숙명학원의 주위적 청구(변상금 부과 처분 무효 확인)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변상금 부과 처분 취소)는 인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2012년 5월 12일 원고 숙명학원에 부과한 7,382,148,830원의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2분의 1을, 피고가 나머지 2분의 1을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숙명학원에 부과한 약 73억 원의 변상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했습니다. 숙명학원은 1938년 이왕직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학교부지로 무상 사용하겠다는 승낙을 받았으며, 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사용대차 계약으로 간주됩니다. 이 토지가 후에 국유재산으로 전환될 때 국가가 구 황실재산법에 따라 이 무상 사용 의무를 승계했으므로, 숙명학원에게는 여전히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변상금 부과 권한 자체는 인정했지만, 숙명학원에 적법한 사용 권원이 존재하므로 이를 무단 점유·사용으로 보고 부과한 변상금 처분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변상금 처분 자체의 하자가 무효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하다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38조 제3항, 제4항 및 제42조 제1항, 제72조 제1항 (변상금 부과 권한 위탁): 이 규정들은 국유재산의 총괄청이 일반재산의 관리·처분 사무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같은 법인에 위탁할 수 있으며, 이 위탁받은 기관도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 '중앙관서의 장등'에 포함된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기획재정부장관이 이 사건 토지의 관리·처분 사무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했고, 이 위탁에는 변상금 부과 권한이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위탁 근거 규정을 표시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었으나, 그 하자가 처분의 효력을 무효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권한 위탁의 일반 원칙): 이 법조항은 행정기관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되지 않는 사무만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국유재산법이 국유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하여 특별히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유재산의 관리·처분 사무 위탁에 있어서는 국유재산법이 정부조직법에 대한 특별법 관계에 있다고 보아, 변상금 부과와 같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련되는 사무도 국유재산법에 따라 위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황실재산법 제2조, 제3항 (황실재산의 국유 전환 및 의무 승계): 1954년 제정된 구 황실재산법 제2조는 구 황실재산을 국유로 전환하며, 제3항은 "전항 재산에는 그 재산에 따르는 의무를 포함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법원은 1938년 이왕직장관의 토지 사용 승낙 당시 이 토지가 황실의 사유재산이었고, 이는 무상으로 토지를 사용하는 사용대차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구 황실재산법에 따라 토지가 국유로 전환되면서, 국가가 이 황실의 사용대차 계약상의 의무(즉, 숙명학원에 토지를 무상 사용하게 할 의무)를 당연히 승계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로 인해 숙명학원에는 여전히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593조, 제609조, 제613조 제2항 (사용대차 계약의 성립 및 해지): 민법은 사용대차 계약이 목적물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게 하고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반환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경우 차주가 계약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을 종료한 때에 반환해야 하지만, 사용·수익하기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토지 사용 승낙을 기한이 없는 사용대차 계약으로 보고, 숙명학원이 70년 이상 학교 부지로 사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설립 목적, 재건축 상황, 국가의 사립학교 지원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아직 경과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용대차 계약을 해지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08조 (쌍방대리 금지 원칙과 본인의 허락): 민법은 대리인이 동일한 법률행위에 관해 당사자 쌍방의 대리인이 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본인이 미리 허락한 행위에 대해서는 허용한다고 규정합니다. 피고는 1938년 당시 이왕직장관이 숙명학원의 이사장이기도 하여 쌍방대리에 해당하며 그 승낙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황실이 숙명학원의 설립을 지원하고 토지 사용을 허락한 정황 등을 종합하여 황실이 이왕직장관의 행위를 미리 허락했거나 묵시적으로 추인했다고 보아 쌍방대리 무효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오랜 기간 무상으로 사용해 온 국가 소유 또는 황실 소유였던 재산이라 할지라도, 그 사용 권원의 근거(계약, 승낙 등)와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해야 합니다. 국유재산법 등의 관련 법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개정될 수 있으므로, 현재 적용되는 법규와 과거 사용 승낙 당시의 법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사법(민법 등)상의 계약과 공법(국유재산법 등)상의 처분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유사한 소송에서 승소한 이력이 있다면, 해당 판결이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판력, 증거력 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국가가 과거에 승계한 의무나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지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의 의무 승계 여부와 그 범위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중요합니다. 사립학교와 같은 공익 목적의 기관이 공공의 재산을 사용하는 경우, 단순히 사적인 사용으로 보기 어려운 특수한 사정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