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 비밀침해/특허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 J 주식회사의 핵심 기술 인력들이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떠나 경쟁사인 중국 X 유한공사의 국내 자회사 AA 유한회사로 대거 이직하면서, J사의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설계 및 제작에 필요한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하고 이직 후 새로운 회사에서 이를 사용하여 제품을 개발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영업비밀을 유출하고 공동으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인들 간의 영업비밀 전달 행위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직 당시의 상황, 영업비밀의 가치, 피고인들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 A, B, E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피고인 C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피고인 F, H, I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J 주식회사는 2022년 무렵 심각한 재정 및 경영 악화에 직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J사의 영업2그룹 이사 V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R&D센터 이사 C 등과 함께 회사를 떠나기로 계획했습니다. 이들은 중국의 경쟁사인 X 유한공사로 이직하여 J사가 해오던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개발 사업을 계속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C는 J사의 다른 핵심 엔지니어들인 A, B, E, F, H, I를 포섭하여 함께 X 유한공사의 국내 자회사인 AA 유한회사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들 피고인은 J사를 퇴사하기 직전 또는 퇴사 이후에도 J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인 그래버(카메라모듈 검사장비의 핵심 부품) 관련 FPGA 소스코드, 회로설계 자료, 펌웨어 소스코드 등을 개인 클라우드 계정이나 외장하드에 무단으로 저장하거나 외부로 반출했습니다. 이후 AA 유한회사에 모여 J사에서 유출한 기술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그래버 개발에 착수하면서, J 주식회사와의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유출된 J 주식회사의 그래버 관련 기술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해당 정보의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그리고 회사의 비밀관리 노력이 충분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둘째, J 주식회사가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라 지적재산권이 고객사 K에 속한다는 주장에 대해 J 주식회사를 영업비밀의 '보유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셋째, 피고인들이 영업비밀 유출, 누설, 사용 및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해 고의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인들이 국내 AA 유한회사에서 활동했음에도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라는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 사이의 영업비밀 전달 행위가 개별적인 영업비밀 누설 또는 취득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여섯째, 유출된 기술이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상의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들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모든 피고인에게는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A, B, C, E, F, H, I) 상호 간에 이루어진 영업비밀 취득 및 누설 행위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사용을 위한 공모의 수단으로 보아 별도의 취득 또는 누설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는 J 주식회사의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관련 기술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 정보이므로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고객사 K이 지적재산권을 가질 수 있는 부분과 별개로 J 주식회사 역시 영업비밀의 '보유자'로 인정했습니다. 피고인들이 J사를 퇴사하면서 개인 저장매체에 영업비밀을 저장하거나 전달한 행위는 이직 후 경쟁사에서 사용하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라는 규정은 '국외 유출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라는 의미로 해석하여, 비록 국내 자회사에서 사용했더라도 중국 본사로의 유출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 상호 간의 영업비밀 전달 행위는 공동의 영업비밀 사용 목적을 위한 행위이므로, 별도의 누설이나 취득죄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해당 그래버 관련 기술이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하는 '산업기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검사용 소켓 및 보드 기술'이 반도체 제조 공정 중 반도체 자체를 검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고 보았고, 이 사건 기술은 카메라모듈 완제품의 작동 여부를 검사하는 기술로서 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의 중요성과 함께, 관련 법규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이 조항은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 누설, 취득 또는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합니다. 여기서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J사의 그래버 관련 기술정보가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356조(업무상배임), 제355조 제2항(업무상횡령): 피고인들이 J사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반환·삭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합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비밀유지 서약과 퇴직 합의서 등으로 영업비밀의 가치와 중요성, 그리고 반환·삭제 의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피고인들이 함께 X사(AA)로 이직하여 J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한 그래버 개발을 계획하고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실행했으므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이 법은 '산업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서 '산업기술'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정·고시한 첨단기술 등에 해당해야 합니다. 법원은 J사의 그래버 관련 기술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반도체 검사용 소켓 및 보드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고시의 해당 기술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반도체 자체를 검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고 해석했고, J사의 기술은 '카메라모듈 완제품의 작동 여부를 검사하는 기술'이므로 범위가 다르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수사기관이 피고인들의 이메일 및 클라우드 저장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계정 명의자인 피고인들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 증거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배제했습니다.
회사의 핵심 기술과 정보는 중요한 자산이므로 다음 사항들을 명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