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신입 행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정 청탁을 통해 합격한 것으로 밝혀져 해고된 직원이 해고 무효 확인과 밀린 임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직원이 직접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의 부정행위로 채용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얻어 회사와 근본적인 신뢰 관계가 훼손된 경우라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고 직후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하는 등 해고의 효력을 꾸준히 다툰 점을 고려하여 회사가 주장한 '실효의 원칙'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 은행은 2017년 신입 행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되었고, 수사 결과 피고의 고위 임직원들이 원고를 포함한 일부 지원자들의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하여 불합격 대상임에도 합격시킨 사실이 관련 형사사건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 형사사건은 2020년 2월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피고는 형사판결 확정 후 원고를 포함한 부정 입사자들에게 권고 사직을 제안했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1년 2월 26일 인사협의회를 거쳐 원고에게 '기타퇴직' 명목으로 해고를 통지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 처음에는 인용되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는 기각 판정을 받았고, 이 재심 판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밀린 임금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입 행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부정 청탁이 있었고 이로 인해 불합격권이었던 지원자가 채용된 경우, 해당 직원이 직접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회사가 해고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단체협약상 해고사유가 제한적으로 열거되어 있을 때 '인사규정 위배'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피고가 주장한 '실효의 원칙'에 대해 원고가 해고 이전부터 회사의 퇴사 요구를 거부하고, 해고 이후에도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는 등 해고의 효력을 꾸준히 다퉈왔으므로 원고가 더 이상 해고 효력을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피고가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안 판단에서는 첫째, 단체협약상 해고사유인 '인사규정 위배'에 대해 비록 원고가 직접 부정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의 인사규정 위배로 인해 원고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피고의 신뢰 관계가 훼손되어 고용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된다면 단체협약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습니다. 둘째,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고가 서류전형 불합격권이었음에도 부정 청탁으로 인해 채용된 것은 회사와 직원 간 신뢰 관계의 중대한 훼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고려할 때, 이러한 부정 채용은 사회 전체의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시킨 행위이며, 비록 원고가 부정행위를 알지 못했더라도 그로 인한 이익을 얻었으므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회사의 채용 과정에 부정 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입사 자격이 없던 사람이 채용된 경우, 해당 직원이 직접 부정 청탁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해고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은행과 같이 사회적 공공성이 큰 기관의 경우, 채용 비리로 인한 회사와 사회의 신뢰 훼손이 중대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 채용은 비록 입사 후 근속 기간이 길거나 근무 성적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근로관계의 기초가 되는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체협약상 해고사유가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포괄적인 해고 사유 (예: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면 정당한 해고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이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자 한다면, 퇴직금 수령 여부나 다툼을 시작하는 시점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