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원고는 자신이 디자인권자로 등록한 방한용 모자(일명 '호두모자') 디자인과 유사한 제품을 피고들이 제조 및 판매하여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금 각 2천만원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들은 자신들의 제품 디자인이 원고의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지 않으며, 원고의 디자인은 이미 공지된 선행디자인과 유사하거나 쉽게 창작할 수 있어 등록이 무효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등록디자인과 피고들의 제품 디자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적인 심미감이 달라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모자 및 의류 제조업을 영위하는 원고는 자신이 디자인권을 보유한 방한용 모자(등록디자인)와 유사한 형태의 방한용 모자를 피고들이 제조 및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는 원고의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생산 및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안 소송에서 피고들은 디자인 유사성을 부인하고 원고 디자인의 등록 무효 가능성을 주장하며 맞섰고, 법원은 디자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인 방한용 모자와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방한용 모자 제품의 디자인이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여 디자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피고들 제품의 디자인이 모두 방한용 모자라는 점에서 대상 물품은 동일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의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두 디자인의 공통점 중 머리 덮개, 귀마개, 모자챙, 모자 끈으로 구성된 점, 머리 덮개가 뒷머리까지 덮는 형태인 점 등은 이미 공지된 선행디자인에 나타나 있거나 '트래퍼햇' 또는 '트루퍼햇'의 전형적인 특징이므로 유사 여부 판단에서 그 중요도를 낮게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의 등록디자인은 재봉선이 엇갈리게 바느질되어 올록볼록한 입체감을 형성하고 머리 덮개 상부가 둥글게 보여 '호두'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반면, 피고들 제품은 누비질을 통해 '마름모' 모양의 사방연속무늬가 전체적으로 '평평하게' 형성되어 있어 특유의 심미감이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양 디자인의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했을 때 수요자의 심미감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보아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디자인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디자인보호법은 등록된 디자인의 창작자와 권리자를 보호하여 디자인 창작을 장려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등록디자인과 대비되는 디자인이 유사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디자인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 여러 원칙을 적용합니다. 첫째, 디자인을 구성하는 각 요소를 분리하여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형태와 인상을 종합적으로 보아 일반 수요자가 느끼는 미적 느낌과 인상이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2633 판결 등 참조). 둘째, 물품의 성질, 용도, 사용 형태 등을 고려하여 보는 사람의 시선과 주의를 가장 끌기 쉬운 부분을 중심으로 대비하여 일반 수요자의 심미감에 차이가 생기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셋째, 등록디자인이 이미 알려진(공지된) 형상이나 모양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그 공지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권리범위를 정할 때는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등록디자인과 대비되는 디자인이 공지 부분에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하더라도, 그 외의 특징적인 부분에서 서로 유사하지 않다면 디자인권 침해로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3후762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202939 판결 등 참조). 넷째, 옛날부터 흔히 사용되었고 단순하며 여러 디자인이 다양하게 고안되었거나, 구조적으로 그 디자인을 크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물품에 대해서는 디자인의 유사범위를 비교적 좁게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2633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원고의 '호두'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퀼팅 무늬와 곡선형태의 모자 상부 디자인이 피고들 제품의 '평평한 마름모' 퀼팅 무늬와는 차이가 있어 전체적인 심미감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디자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부분적인 유사성보다는 전체적인 심미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제품의 용도와 형태를 고려하여 일반 소비자의 시선과 주의를 가장 끄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디자인이 신규성이 있는 부분과 이미 널리 알려진(공지된)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그 공지된 부분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널리 알려진 디자인 요소는 유사성 판단 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거나 구조적으로 디자인을 크게 바꾸기 어려운 물품(예: 방한용 모자의 전형적인 형태)의 경우, 디자인의 유사 범위가 비교적 좁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디자인이 가진 독창적이고 특징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유사한 제품이 그 독창적인 요소를 침해하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