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피보험자 E 씨는 두 개의 보험계약을 피고 보험회사와 체결하였고, 2020년 1월 건물 사이 공간에서 추락하여 사망했습니다. E 씨의 부모인 원고들은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E 씨의 사망이 고의적인 자살에 해당하므로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E 씨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아, 이는 보험 약관상 보험금 지급 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사망한 E 씨는 약 9년간 병원에 재직하며 민원 응대와 미수금 독촉 업무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특히 2018년 업무 변경 후 미수금 회수율 저조와 환자에게 뺨을 맞는 사건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었고, 2019년 11월 재차 업무 변경 후에는 과도한 장시간 근무에 시달렸습니다. 그는 2019년 12월 자살을 시도하고 여러 차례 자살예방센터에 전화하여 업무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했습니다. 사망 약 한 달 전부터 안색이 좋지 않고 야위었으며 침울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망 당일 병원 시무식 날 투신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그의 부모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회사는 자살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투신하여 사망한 피보험자의 사고가 보험 약관상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억 4,500만 원(총 2억 9,0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2021년 8월 5일부터 2022년 12월 26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E 씨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투신으로 인정하여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고, 피고 보험회사는 원고들에게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즉,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법리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망한 사람의 나이, 성행, 육체적·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정도, 자살에 이른 시점의 구체적 증상, 사망자를 에워싼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동기,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우울장애를 겪다가 사망한 경우,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 환각, 망상 등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2024다216312)의 입장도 반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보험자 E 씨의 약 9년간의 업무 경력,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 담당, 과도한 근무 시간, 자살 시도 이력, 자살 예방 센터 상담 기록, 사망 전 우울 증상과 과도한 음주 등의 정황을 종합하여, E 씨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투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보험금 청구 후 지급 기한(3영업일)을 넘겨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 상법에 따른 연 6%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보험 계약 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같은 면책 조항의 예외 규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정신과 진료 기록, 자살 시도 이력, 자살 예방 상담 기록, 업무 스트레스 관련 기록 등 정신 건강 악화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두면 유사 상황 발생 시 유용할 수 있습니다. 사망 전 고인의 행동, 주변 사람들의 증언, 사망 직전의 구체적인 상황 등 상세한 정황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무 환경 변화나 과도한 업무량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자료(근무 시간 기록, 업무 분장 기록 등)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자살 전후의 구체적인 상황(과도한 음주, 유서 유무, 주변 정리 여부 등)이 고인의 의사결정 능력 상실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