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주식회사 A(보험사)는 폐 페인트 재활용 처리업체인 주식회사 B의 야적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D의 건물로 확산되어 피해를 입히자, D에게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 B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A는 B 사업장에 보관된 폐분체도료가 자연발화 또는 중합열에 의해 발화했거나, B가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고 확산되었다며 민법상 공작물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폐분체도료의 자연발화나 중합열 발화 가능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고, B에게 화재 발생 및 확산에 대한 방호조치 의무 위반이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9년 5월 26일, 폐 페인트 재활용 전문 처리업체인 피고(주식회사 B)의 야적장에 적재되어 있던 폐분체도료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는 그로부터 82m 떨어진 D의 건물까지 급격히 확산되어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에 D에게 보험금 2,116,961,002원을 지급한 원고(주식회사 A)는 상법 제682조에 따라 D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하여, 피고가 화재 발생 및 확산에 책임이 있다며 지급 보험금의 70%에 해당하는 1,481,872,701원을 구상금으로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폐분체도료가 야외 보관 중 직사광선 노출, 수분 결합, 경화제 혼입 등으로 인해 자연발화 또는 중합열에 의해 발화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피고가 분체도료를 25℃ 이하의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고 주위 가연물을 분리하는 등 방호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약 10,000톤의 플라스틱 등 가연물을 적치하고도 방화벽 설치 등 화재 확산 방지 조치를 다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주식회사 B) 사업장의 폐분체도료가 자연발화 또는 중합열에 의해 발화했는지 여부 및 피고의 화재 예방 및 확산 방지 관련 방호조치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이를 통해 피고에게 민법상 공작물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주식회사 A)의 항소 및 당심에서 추가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주식회사 B)가 화재 발생 및 확산에 대한 공작물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폐분체도료의 자연발화 및 중합열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화재 확산과 관련하여 피고가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구상금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화재 발생 및 확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다루며,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들이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는 피고가 폐분체도료를 부주의하게 보관하고 화재 확산 방지 조치를 소홀히 하여 화재가 발생하고 확산되었다며 피고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에게 화재 발생이나 확산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하는 측은 가해 행위, 고의·과실, 손해 발생, 그리고 이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민법 제758조 제1항 (공작물 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 '설치 보존상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며, 그 판단은 공작물 설치·보존자가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합니다. 법원은 피고의 폐분체도료 보관 방법이나 화재 확산 방지 조치가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분체도료의 자연발화 또는 중합열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대한 피고의 예견가능성이 부족했고, 야적장에 가연물을 적재한 것만으로는 공작물의 하자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 이 법률은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법원이 배상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할 때, 배상의무자의 경제적 사정, 피해 정도, 화재 원인과 규모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배상 책임을 경감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원고는 피고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30%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책임을 감경하더라도 상당한 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책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상법 제682조 (보험자대위): '손해가 제삼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삼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이 조항에 따라 원고(보험사 A)는 피해자 D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으므로, D가 피고(B)에게 가질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보험자대위권)를 가집니다. 이 사건의 구상금 청구는 바로 이 보험자대위권에 근거한 것입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거나 보관하는 사업장은 해당 물질의 특성(인화점, 자연발화온도, 반응성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 제조사가 제공하는 안전정보를 철저히 확인하여 그에 따른 보관 및 취급 수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다만, MSDS의 경고 문구가 제품의 성능 유지 등을 위한 것인지, 실제 화재 위험성 때문인지는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화재 발생 원인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주장하는 측이 명확히 증명해야 하며,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공작물(건물, 시설물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공작물책임)은 해당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적으로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을 때 인정됩니다. 항상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모두 하자로 보지는 않습니다. 화재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소방시설 설치는 관련 법규(소방시설법)의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법규상 의무가 없는 추가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야적장에 가연물을 적재하는 행위 자체가 그 야적장을 본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공작물의 하자로 보거나 과실로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신고는 피해 확산을 막는 중요한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