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인조잔디 제조 및 설치 회사들이 한 언론사를 상대로, 인조잔디 축구장의 충격흡수성 문제를 지적한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해당 보도가 원고 회사들을 특정하여 비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든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피고 언론사는 2021년 1월 31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조잔디 축구장의 충격흡수성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 3건을 게재했습니다. 이 기사들은 '전국 158곳 인조잔디 축구장 중 81.6%가 한국산업표준(KS) 충격흡수성 기준(50%)을 밑돌았으며,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60%)보다도 낮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KS 인증 인조잔디 길이는 55mm인 반면 FIFA 규정은 6065mm'라는 내용과 함께 '낮은 충격흡수성으로 인한 부상 위험 및 뇌진탕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원고 회사들은 이 기사들로 인해 자신들이 하자가 있는 인조잔디를 설치하거나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오인되어 매출 감소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FIFA 규정에 인조잔디 길이를 정한 바 없음에도 6065mm라고 보도한 것은 허위'라고 주장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기사 내용이 KS 및 FIFA 기준의 제정 목적 차이를 간과하고, 사용된 인조잔디의 KS 기준(35% 이상)을 무시했으며, 부상 위험 내용이 검증되지 않았고, 시험기관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불완전한 보도라며 반론보도를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게재하고, 불이행 시 기사 1건당 매일 5백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언론사의 인조잔디 관련 보도가 원고 회사들을 언론중재법상 피해자로 인정할 만큼 특정하여 명예를 훼손했는지, 그리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정정 및 반론보도의 대상이 되는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기사들이 '전국 158곳 인조잔디 축구장 중 129곳(81.6%)이 KS 충격흡수성 기준(50%)을 밑돈다'고 지적했을 뿐, 해당 축구장의 인조잔디를 제조하거나 설치한 특정 업체의 명칭이나 소재지를 특정한 사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기사들의 전체적인 내용은 인조잔디 안전성을 관리하는 '제도의 미비'를 지적하는 것이므로, 원고들이 설치한 인조잔디에 하자가 있거나 원고들이 사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취지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서도 인조잔디 축구장에 대한 비판이 곧바로 이를 포설한 업체들에 대한 비판과 동일시될 수 없으며, 인조잔디를 취급하는 업체 전부를 비난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을 이 사건 기사들의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제14조(정정보도 청구) 및 제16조 제1항(반론보도 청구)이 적용됩니다. 이 법률들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 또는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자'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여기서 '피해를 입은 자'는 보도내용에서 지명되거나 보도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이 명백히 인정되는 자로서, 보도내용이 진실하지 않음으로 인해 자신의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청구할 이익이 있는 자를 의미합니다. 또한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 법리가 적용됩니다. 이는 명예훼손의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되기 어렵고,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개별 구성원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리입니다. 다만 명예훼손 내용이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의 수가 적거나 주위 정황상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 때에는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 특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기준(집단의 크기, 성격, 피해자의 지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언론 보도가 특정 회사나 제품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인조잔디 축구장의 전반적인 문제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므로, 원고 회사들이 언론중재법상 피해자로서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언론 보도의 내용이 특정 집단 전체를 비판하는 경우라도,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보도가 그 집단 내 특정 구성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만큼 구성원의 수가 적거나 당시 주위 정황상 명확해야 합니다. 만약 언론 기사가 특정 제품의 하자를 직접적으로 지적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 미비점이나 전반적인 안전 관리 문제를 다루는 경우, 개별 제조·설치 업체가 그 보도의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법상 '피해자'로 인정되려면 보도 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하며, 단순히 동종 업계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청구할 때는 보도된 내용이 자신의 인격적 법익을 어떻게 침해했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자신의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와 어떤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언론 보도의 취지가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의 잘못이 아닌, 일반적인 문제점이나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라면 피해자 지위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