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피고 병원에서 위 절제술을 받은 후 퇴원했으나, 복통을 호소하다가 결국 다른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입니다.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 진료상 과실, 그리고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수술 과정이나 퇴원 후 외래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은 2017년 10월 12일 조기 위암 진단을 받고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10월 13일 복강경 보조하 위아전 절제술 및 위·공장 문합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10월 20일 퇴원했으나, 10월 30일 외래 진료 시 복부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당시 의료진은 수술 부위가 아물면서 생기는 통증으로 설명하고, 다음 진료를 예약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11월 3일 새벽 토혈을 하고 혈압 저하 등의 증상으로 다른 병원에 응급 내원했으며, 비장동맥 파열로 인한 급성 출혈, 위 천공, 십이지장 절제 부위 누공 등이 확인되어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11월 7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절제 부위의 손상, 비장동맥 손상을 초래했고, 퇴원 후 외래 진료 시 복부 통증에 대한 추가 검사를 소홀히 하여 조기 진단 및 치료 기회를 놓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십이지장 절제 부위 누수, 누공, 비장동맥 파열 등), 진료상 과실(퇴원 후 복부 통증 호소 시 추가 검사 미실시 및 설명 부족), 그리고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술기상 과실이 있었다거나, 퇴원 후 외래 진료 당시 망인의 복부 통증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 진료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술 부위 합병증의 원인이 다양하며, 망인의 수술 후 경과가 일반적인 합병증 발생 양상과 달랐고, 외래 진료 당시 증상만으로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정되는 수준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통상적인 위암 수술 방법으로 진행했고, 수술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나 곤란함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수술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진단상의 과실: 진단은 문진, 시진, 검사 등을 통해 질병을 감별하고 치료법을 선택하는 중요한 의료행위입니다. 진단상의 과실 여부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 내에서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신중하게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여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로 판단됩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의 퇴원 당시 백혈구 수치와 체온이 정상 범위였고, 복부 통증 외에 발열 등 특이 증상이 없어 수술 부위의 누수, 누공 등을 의심하기 어려웠으므로, 추가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인과관계 및 입증책임 완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므로, 환자 측에서 의료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이 완화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 측에서 입증해야 하며,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에게 수술 후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고, 의료진의 행위가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은 후 퇴원했더라도 몸의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즉시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수술 부위 통증, 발열, 구토, 출혈 등 일반적이지 않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진에게 필요한 추가 검사(예: 혈액검사, CT 등)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다른 의료기관에서 2차 소견을 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합병증은 의료 과실 때문이 아니라 수술 자체의 위험이나 환자의 개인적 특성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환자 측에서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의료 행위 전후의 기록과 증상을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