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채권/채무
A 주식회사는 H 등 사기범 일당의 전세자금 대출 사기 범행에 피고 B가 가담하여 대출금을 편취당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H 등과 사기를 공모하지는 않았으나, 대출 심사에 필요한 명의와 정보를 제공하고 전세계약 절차에 협조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과실로 방조했다고 판단하여 3천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인 금융기관의 관리 소홀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원고 청구액인 209,369,244원에서 크게 감액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 임차인을 모집하던 중, H 등은 금융기관의 전세자금 대출 상품 본인 확인 및 실사 절차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대규모 전세자금 대출 사기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이들은 모집책을 통해 대출 신청자를 유인했는데, 피고 B는 모집책 L로부터 '5천만 원의 생활 안정 자금 제공, 계약금 및 이자 회사 부담, 2년 후 원금 상환'이라는 제안을 받고 실제 거주할 의사 없이 전세계약 체결 절차에 협조했습니다. 피고는 모집책에게 신분증, 인감도장, 통장, 신규 개통 휴대폰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모두 넘겨주었습니다. H 등은 이 정보를 이용해 피고 B가 아파트에 입주한 것처럼 허위 전입신고를 하고,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한 후, 대출 모집 법인 K를 통해 A 주식회사에 피고 명의로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피고를 속여 개통시킨 휴대폰으로 음성통화만 하는 형식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2억 9백만 원 상당의 대출금을 피고의 계좌로 송금했고, H 등은 이 대출금을 편취했습니다. 대출 실행 사실을 몰랐던 피고는 약속받은 생활 안정 자금을 전혀 받지 못했고, A 주식회사는 대출 서류 위조 사실을 인지한 후 피고에게 대출금 반환을 청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A 주식회사가 피고 B의 의사에 기한 대출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또는 피고에게 표현대리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B가 대출 사기 범행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B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액의 범위와 이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가 주장한 피고 B의 채무불이행 책임(대출계약의 성립 및 표현대리)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가 H 등 사기범 일당의 전세자금 대출 사기 범행에 대해 민법 제760조 제3항의 '과실에 의한 방조자'로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금융기관의 관리 감독 소홀 및 피고가 이 대출로 금전적 이득을 얻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원고 청구액인 209,369,244원 중 30,000,000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는 원고 A 주식회사에게 3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0년 1월 21일부터 2022년 3월 8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해야 합니다. 또한 소송비용의 8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피고 B는 전세자금 대출 사기범 일당과의 공모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명의와 금융 정보를 사기범들에게 제공하여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이 인정되어 대출 실행금의 일부인 3천만 원을 배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금융기관인 원고 A 주식회사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이 크게 감액된 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민법 제760조 제3항의 '공동불법행위의 방조'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 (공동불법행위의 방조) 이 조항은 타인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사람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적인 모든 행위를 의미하며, 손해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민사법에서는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에 의한 방조'도 책임이 인정됩니다. 즉, 불법행위를 돕지 않아야 할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타인의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 경우에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는 모집책의 말만 믿고 실제 거주 목적 없이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명의와 금융 정보를 제공하여 사기범들이 대출금을 편취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비록 사기를 공모한 것은 아니더라도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받았습니다. 법원은 방조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피고가 사기 범행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피고의 행위가 피해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피해자(금융기관)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을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또한, 금융기관이 대출모집인을 통해 업무를 위탁할 경우 '대출모집인제도 모범규준'에 따라 대출모집인에 대한 사전 교육 및 관리·감독 의무, 대출 실행 전 고객 본인 확인 및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점검 의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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