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독감 증상으로 소아과와 대학병원을 거쳐 진료받던 영유아가 급성 심근염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사망한 아이의 부모는 소아과 의사와 대학병원 의료진의 오진, 진단 지연, 검사 및 조치 미이행 등의 의료상 과실로 인해 아이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에게 과실이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6년 4월 1일, 망아 D는 콧물과 기침으로 피고 C이 운영하는 소아과에 내원하여 급성상기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4월 4일, 열과 기침 증상으로 재내원하여 B형 독감으로 진단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았습니다. 4월 5일, 복통과 식욕부진 등의 증상으로 다시 소아과에 내원했으나 특별한 이상 소견 없이 해열제만 처방받았습니다. 같은 날 밤, 망아는 힘이 없고 얼굴이 창백해져 H병원을 거쳐 23시 31분경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응급실 도착 당시 망아는 고혈압, 빈맥, 빠른 호흡 등 불안정한 활력징후를 보였으며 복통을 호소했습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 및 정맥혈가스검사 시행 후 수액치료를 시작했습니다. 4월 6일 새벽 1시 33분경 망아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으며,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 35분경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인플루엔자 감염에 따른 급성 심근염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에 망아의 부모인 원고들은 두 피고의 의료상 과실로 망아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C에게 독감 초기 진단 지연 및 정밀 검사, 상급 병원 전원 지연 과실, 그리고 독감 후 지도 의무 소홀을 주장했습니다.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에게는 망아의 상태 심각성 인지 실패와 오진, 각종 검사 지연 또는 미시행 및 검사 후 부적절한 조치, 그리고 환아 방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의 진료 과정에 대해, 초기 내원 시 망아의 증상만으로는 독감 검사를 즉시 시행하지 않은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고, 재내원 시에도 상급 병원 전원을 요구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으며, 독감 관련 지도 의무도 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의 초진 시 오진, 검사 지연 및 조치 미이행, 환아 방치 등의 과실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망아의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심근염 진단이 어려웠으며, 검사 과정이 현장 여건 상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심근염의 급격한 진행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진에게 과실이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및 진단상의 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33875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완전무결한 진단이 불가능하더라도, 전문 직업인으로서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여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료진이 당시 의학 수준과 진료 환경을 고려할 때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의 재량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의사는 환자의 상황,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선택된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진료 결과만으로 다른 조치가 더 정당했다고 하여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 과정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의료상 과실 및 인과관계의 추정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0다96010, 96027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는 전문성이 높아 일반인이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상의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통해 과실에 의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막연히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의 과실이나 그 과실과 망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70906 판결 등 참조): 의료진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은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 독감 진단 후 격리 치료는 상식적인 내용이므로 피고 C이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린 자녀가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복통, 식욕부진, 무기력, 창백함, 비정상적인 활력징후(빠른 맥박, 호흡수)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경우, 의료진에게 심장 관련 질환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검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독감 등 바이러스 감염 시 드물게 심근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소아의 경우 증상 표현이 어려워 진단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면밀한 관찰이 중요합니다. 응급실 방문 시 환아의 상태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과 더불어, 부모가 느끼는 환아의 심각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면 확인하여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함께 문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근염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시작하여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상급 병원 진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