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망인이 병원 입원 중 낙상 사고를 당한 후 뇌출혈 증상을 보였음에도 의료진이 적절한 시기에 뇌출혈을 의심하고 검사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입니다. 망인은 평소 혈소판 감소와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고 있어 혈액응고장애가 있었는데, 낙상 후 약 2시간 뒤 심한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였습니다. 의료진은 이러한 환자의 특이사항과 증상을 고려하여 조기에 뇌출혈 검사를 실시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약 40분간 조치를 지연하였고, 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자 유족들이 병원과 간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환자 G 씨가 허리 수술 후 K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화장실에 가다가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의료진은 낙상 후 즉시 뚜렷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약 2시간 후 환자가 심한 두통과 구토를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자는 평소 혈액응고에 영향을 미치는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고 혈소판 수치가 낮은 상태였기에 의료진은 이러한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낙상 후 증상 발현 시 뇌출혈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여 즉각적인 검사를 시행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토 증상 발현 후 약 40분 뒤인 오전 11시 40분경에야 뇌출혈을 의심하고 검사를 진행했고, 결국 환자는 뇌출혈로 인해 뇌부종과 뇌압상승 등이 발생하여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유족들은 의료진의 낙상 후 뇌출혈에 대한 지연된 조치가 망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며 병원과 담당 간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병원 의료진이 낙상 환자의 특이 병력과 증상을 고려하여 적절한 시기에 뇌출혈을 의심하고 검사하지 않아 발생한 의료과실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낙상사고 발생 전 의료진의 낙상예방조치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인 간호사 D와 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 J가 공동하여 원고들(사망 환자의 자녀들)에게 각 1,7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낙상예방조치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충분한 교육과 조치를 취했다고 보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낙상 후 보호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망인이 혈액응고장애가 있는 고위험 환자였고 낙상 후 심한 두통과 구토 증상을 보인 점을 고려할 때 의료진은 적어도 구토가 발생한 시점인 오전 11시경에는 뇌출혈을 의심하고 검사했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약 40분가량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망인의 이례적인 경과, 의료진의 조치 지연 시간, 망인 본인이 낙상 예방 교육 사항을 위반하여 혼자 이동한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일부 제한하여 책임을 정했습니다.
이 판례에서 주요하게 적용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례에서는 의료진의 낙상 후 뇌출혈에 대한 지연된 조치가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과실로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사례에서 간호사 D의 과실에 대해 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 J가 사용자로서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근거입니다.
의료사고 시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환자에게 혈액응고장애와 같은 특이사항이 있다면, 낙상과 같은 사고 발생 시 뇌출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속하게 진단 및 조치를 취해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의료사고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의료행위의 고도의 전문성 때문에 환자 측이 의료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이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관련하여 해당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예를 들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음)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이 사례에서는 피고 병원 측이 인과관계 추정을 뒤집을 만한 증명을 하지 못해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병원 입원 중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는 낙상 당시의 상황, 환자의 상태 변화(두통, 구토, 의식 변화 등), 병원 의료진의 초기 대응 및 조치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가 기존에 특정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으로 인해 출혈 경향이 높거나 혈액 응고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러한 정보는 의료진에게 명확히 전달되어야 하며, 낙상과 같은 사고 발생 시에는 해당 위험 요소를 고려한 즉각적인 정밀 검사(예: 뇌 CT)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증상이 즉시 나타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낙상 후 환자의 미묘한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의료진에게 반복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원 내에서 낙상 예방 교육을 받았다면 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 스스로 이동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반드시 의료진이나 보호자의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