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지연과 전원 지체로 산모가 사망한 의료사고 배상 판결

유도분만 중 태아 곤란증과 분만진행 실패로 제왕절개 수술이 결정된 산모가 마취 시도 중 출혈성 경향이 발견되어 상급 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으나, 전원 과정의 지연으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 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자간전증 및 아두골반 불균형 진단 과실과 마취 지연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출혈성 경향 인지 후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 조치를 약 40분간 지연한 과실은 인정했습니다. 이 전원 지연 과실과 산모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여 산모의 남편과 자녀에게 총 7천 5백여만 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산모 H의 남편이자 원고 B의 아버지
• 원고 B: 사망한 산모 H의 미성년 자녀이자 원고 A의 아들 (법정대리인 A)
• 피고 C: 원고 B의 분만을 담당한 G병원 원장
• 피고 D: 원고 B의 분만을 담당한 G병원의 주치의
• 망 H: 원고 B의 어머니이자 원고 A의 아내. 분만 과정 중 사망한 산모

분쟁 상황

2010년 5월 26일, 초산모 H는 G병원에 입원하여 피고 D 주치의로부터 유도분만을 시작했습니다. 분만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유도분만제 투여가 중단되었다가 다음 날 재개되었고, 태아 곤란증 소견이 나타나자 주치의는 제왕절개 수술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이후 분만진행 실패로 판단되어 제왕절개 수술이 결정되었으나, 수술을 위한 마취 과정에서 산모에게 잇몸 출혈, 혈액성 구토, 인두 부종 등 출혈성 경향이 확인되어 전신마취와 척추마취 모두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주치의는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했지만, 출혈성 경향 인지 시점부터 실제 전원 결정까지 약 40분간 지연이 있었습니다. 산모는 전원된 F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고 아이는 무사히 만출되었으나, 산모 H는 수술 후 파종성 혈관내 응고, HELLP 증후군 등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2010년 5월 28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산모의 남편 A와 자녀 B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산모가 사망했다며 병원 원장 C와 주치의 D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료진이 산모의 자간전증이나 아두골반 불균형을 제때 진단하지 못하여 조기에 적절한 분만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둘째,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마취 실패 등으로 수술이 지연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셋째, 산모에게 출혈성 경향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 조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넷째, 의료진이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마지막으로, 인정된 과실과 산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 A에게 45,027,197원, 원고 B에게 30,351,464원 및 위 각 금액에 대하여 2010년 5월 29일부터 2018년 5월 30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들이, 30%는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산모의 자간전증 진단 과실, 아두골반 불균형 진단 과실, 마취 실패로 인한 제왕절개 수술 지연 과실에 대해서는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D 주치의가 산모에게 출혈성 경향이 있음을 인지한 시점(12시 30분 무렵)부터 상급병원으로의 전원 결정 시점(13시 10분)까지 약 40분간 전원 조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전원 조치 지연 과실이 산모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면서도, 피고 D에게 자간전증 등 진단 과실이 없었고, HELLP 증후군과 파종성 혈관내 응고는 예측하기 어려운 중증 합병증이므로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은 제한된 책임 비율에 따라 산모의 일실수입, 장례비, 망인과 원고들의 위자료를 포함한 금액을 원고들에게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이 조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떤 업무를 하게 한 자가, 그 피용자가 업무 집행 중에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합니다. 다만,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감독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거나,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병원장)은 피고 D(주치의)의 사용자로서, 주치의의 전원 조치 지연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산모 H의 사망에 대해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병원이 고용한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병원장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 의료상 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 의료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피해자 측은 의료상의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예: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는 피해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가 있었음'을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 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치의 D이 산모의 출혈성 경향을 인지하고도 약 40분간 상급병원 전원 조치를 지연한 것을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상의 과실로 인정했으며, 이 지연이 없었더라면 산모의 상태가 개선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전원 지연 과실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추정했습니다.
• 설명의무 위반의 법리: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과 같이 몸에 침습을 가하는 의료 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하기 전에,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 행위의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그러나 의사에게 당해 의료 행위로 인해 예상되지 않았거나 당시 의료 수준에서 예견할 수 없었던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치의가 유도분만 및 제왕절개 수술 전에 자간전증이나 HELLP 증후군, 파종성 혈관내 응고 등의 합병증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의료 사고의 경우, 의료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환자의 기존 건강 상태, 질병의 진행 정도, 당시 의료 기술의 한계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모든 손해를 의료진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법원은 의료진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D에게 자간전증 등 진단상의 과실이 없었던 점, HELLP 증후군과 파종성 혈관내 응고가 예측하기 어렵고 빠르게 진행되는 질환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 산모 건강 이상 징후에 대한 적극적 소통: 임신 중 단백뇨, 고혈압, 부종, 두통, 시력장애 등 자간전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즉시 알리고, 정밀 검사나 집중적인 관찰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의 진단 과실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산모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의료진과의 소통은 중요합니다.
• 분만 진행 상황에 대한 이해와 질문: 유도분만 과정 중 진통 진행이 예상보다 더디거나, 태아 곤란증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의료진에게 분만 진행 상황, 발생 가능한 위험, 그리고 어떤 대처 방안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요구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 응급 전원 시 절차 확인 및 지연 방지 노력: 만약 응급 상황으로 상급 병원 전원이 결정될 경우, 전원 결정 이유, 전원까지 예상되는 시간, 전원될 병원의 의료 여건 등을 의료진에게 명확히 확인하고, 전원 절차가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요청하거나, 가족의 입장과 우려를 전달하여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의료 기록 확보의 중요성: 의료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진료 기록, 검사 결과, 의사의 설명 내용 등 모든 의료 기록을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향후 법적 분쟁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 의료 과실의 인과관계 및 책임 제한 가능성 이해: 의료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와 과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복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 행위의 특성과 당시 의료 수준의 한계 등으로 인해 의료진의 책임이 전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책임 비율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합병증 등의 이유로 의료진의 책임이 20%로 제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