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노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인 원고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고 배우자에게 유출했다는 익명 제보로 해임 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징계시효 도과, 정보주체의 동의, 유출 사실 없음 등을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징계사유 중 일부는 징계시효가 도과되었고, 일부는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가 있었으며, 개인정보 유출은 증거가 부족하여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정된 징계사유는 '돌봄휴가 및 출산휴가 기간 중 개인정보 무단 열람' 13회였고, 이에 비추어 해임 처분은 과도하다고 보아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원고는 2017년 12월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입사하여 서울강원지역본부 B지사에서 사업장관리, 민원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20년 9월 7일부터 2023년 3월 6일까지는 병가, 출산휴가, 돌봄휴가, 육아휴직 등으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22년 6월 7일, 피고 공단은 '원고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하고 이를 배우자 C에게 유출하였다'는 익명 신고를 받았습니다. 공단은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 2022년 8월 17일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했고, 같은 해 9월 서울강원지역본부 보통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습니다. 2022년 10월 13일, 징계위원회는 원고에 대해 해임 처분을 의결했고, 원고가 육아휴직 중인 것을 고려하여 육아휴직이 종료되는 2023년 3월 7일부터 처분의 효력이 시작되도록 정했습니다. 피고는 2022년 10월 14일 원고에게 해임 처분의 사유를 통보했는데, 주요 징계 사유는 'D 자격조회', '㈜E 사업장별 자격조회', 'F 세상세(가입자)조회'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배우자에게 유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원고는 2022년 11월 29일 이 해임 처분에 대한 재심의를 청구했으나, 2022년 12월 30일 피고 중앙징계위원회에서 기각되었습니다. 한편, 원고는 2022년 9월경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수사기관은 2023년 9월 3일 '혐의 없음'의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의 개인정보 열람 행위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 기한(징계시효)이 도과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일부 정보주체에 대해 개인정보 열람 전 사전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가 열람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된 징계사유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해임 처분이 사회통념상 정당한 징계양정이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고 A에게 2023년 3월 7일 자로 내린 해고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소송에 발생한 모든 비용은 피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고에게 제시한 다수의 징계사유 중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일부 개인정보 열람 행위는 징계시효 3년이 도과하여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고, 특정 정보 열람은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개인정보 유출 혐의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인정된 징계사유는 원고가 돌봄휴가 및 출산휴가 기간 중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13회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정된 징계사유의 비위 정도와 공단 내부의 징계양정기준, 그리고 유출 행위까지 나아가지 않은 유사 사례의 징계 수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무거운 징계 중 하나인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과도하여 사회통념상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의 해고 정당성 여부와 징계시효,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 양정의 적정성을 다룬 판결입니다.
징계시효의 기산점: 법원은 피징계자의 비위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진 일련의 행위'인 경우, 징계시효의 기산점을 해당 일련의 행위 중 '최종의 것'을 기준으로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6. 1. 21. 선고 85누841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태양과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본 사례 적용: 원고의 2019년 9월 이전 개인정보 열람 행위들이 이후의 행위들과 시간적 간격이 크고 행위의 태양 등이 일련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징계의결 요구 기한인 3년이 도과하여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해고의 정당성 기준: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그 정당성이 인정됩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2211 판결 등 참조). 이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직무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근로자의 과거 근무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징계사유 일부 불인정 시 징계처분 유지 여부: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만 인정되더라도, 인정된 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면 그 징계처분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때는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 주된 징계사유,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가 불인정된 이유, 징계처분 종류, 기업의 징계 기준 및 관행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본 사례 적용: 피고는 개인정보 무단 유출 및 총 45회의 무단 조회·열람을 징계사유로 해임 처분을 하였으나, 법원은 개인정보 유출은 불인정하고, 무단 조회·열람 역시 13회만 인정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내부 징계양정기준표에 따르면 '개인정보 무단 유출'은 파면 또는 해임이 가능하지만, '개인정보 무단 조회·열람 및 관리 소홀'은 '정직'도 가능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과거 무단 열람에 그친 사례에서는 정직 3월 등의 처분이 이루어졌음을 근거로, 인정된 징계사유에 비추어 해임 처분은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개인정보 무단 열람과 같은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게 될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징계시효의 확인: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대부분 3년)이 지나면 징계요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여러 건의 비위 행위가 있더라도 모든 행위가 징계시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각 행위의 성격,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계시효 적용 여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2019년 9월 이전의 행위들은 이후 행위들과 일련의 연속적 행위로 보기 어려워 징계시효가 도과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정보주체의 동의 여부: 개인정보를 열람할 때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설령 업무와 관련하여 열람했더라도 사전 동의가 없다면 무단 열람이 될 수 있습니다. 사후에 동의서를 받더라도 이는 사전에 동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되기 어렵고, 무단 열람의 불법성을 치유하지 못합니다.
개인정보 유출의 증거: 개인정보 유출은 무단 열람보다 훨씬 중대한 비위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유출 혐의가 있다면 이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며, 단순히 정황만으로는 유출 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익명 제보의 경우, 그 신빙성과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징계양정의 적정성: 징계의 종류와 수위는 비위 행위의 경중, 동기, 경위, 직원의 직무 내용, 회사의 징계 기준 및 관행, 과거 근무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개인정보를 다루는 회사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할 수 있으나, 인정된 징계사유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징계는 부당 해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유사 사례 및 내부 징계 기준의 비교: 자신이 받은 징계가 다른 유사한 비위 행위에 대한 회사의 과거 징계 사례나 내부 징계 기준표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무거운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무단 열람'에 그친 경우 해임보다는 정직 처분이 이루어졌던 과거 사례가 징계양정의 부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