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이 사건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교제 중 채무자가 임신하게 되었고, 채권자가 관계 단절을 통보하자 채무자가 채권자의 신상 정보를 포함한 임신 관련 내용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스타그램)에 게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게시물 삭제 및 게시 금지를 요청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게시한 특정 게시물들이 채권자의 명예와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보아 해당 게시물들의 삭제를 명령하고 유사한 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삭제 범위가 불명확한 다른 게시물 삭제 요구와 간접강제(위반 시 금전 지급) 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채권자 A와 채무자 D는 2024년 10월부터 교제하다가 2025년 4월 중·하순경 채무자가 임신 사실을 채권자에게 알렸습니다. 채권자는 자신의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부모의 반응을 채무자에게 전달한 후, 2025년 5월 2일 채무자를 만나 '결혼 및 혼인신고는 어렵고 아이는 선택에 맡기지만 친부로서 법적 책임은 다하겠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관계 단절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채무자는 채권자의 아파트 앞에서 약 10분간 경적을 울리거나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등 반응을 보였고, 2025년 5월 2일부터 8월 28일까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채권자의 이름, 출생년도, 학교, 학과, 학번, 회사 등이 드러난 사진 및 채권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을 지속적으로 올렸습니다. 채권자는 2025년 5월 4일 채무자를 스토킹, 명예훼손, 협박, 감금 혐의로 고소했으며, 법원은 채무자에 대해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채무자는 이 사건 게시물로 인해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게시물 삭제 및 게시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개인적인 관계와 민감한 임신 사실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아니면 타인의 명예권과 인격권,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특히, 진실 여부, 공공의 이익과의 관련성, 게시물의 전파성, 그리고 당사자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피해 여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채무자에게 이 결정이 송달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별지1 인용목록에 기재된 특정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별지2 목록에 기재된 유사한 행위(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게시물 게시)를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행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습니다. 다만, 삭제 대상이 불분명한 다른 게시물의 삭제 신청과 간접강제 신청(명령 위반 시 1일당 1,000,000원 지급)은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채권자의 신상 정보와 임신 관련 내용은 채권자의 명예권과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채권자를 비방하고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정 게시물의 삭제와 추가 게시 금지를 명령하여 채권자의 권리 침해를 막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채무자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타인의 인격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인격권과 명예권 보호에 관한 법리,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1. 인격권과 명예권: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인 명예는 생명, 신체와 더불어 매우 중대한 보호법익입니다.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은 배타적인 권리이므로, 위법하게 침해당한 자는 침해행위의 금지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게시물 등으로 인해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 그 게시물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닌데도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히 침해받고 있다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비교·형량을 통해 게시물 삭제를 명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 등 참조)
2. 명예훼손 성립 요건: 인터넷상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게시물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가 되는지는 일반 국민이 게시물을 접하는 통상적인 방법을 전제로, 게시물의 객관적인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4138 판결 등 참조)
3. 공공의 이익과 사생활 침해: 미혼모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특정 개인의 교제나 임신과 같은 사생활의 영역은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사적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개인의 신상 정보를 노출할 당위성이나 필요성이 희박하다면, 게시물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채권자의 신상을 공개하며 비방하고 압박하는 목적이라면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채무자는 이 사건 게시물과 유사한 내용으로 이미 형사 기소된 상태였습니다. 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처럼 형사적 책임이 논의되는 사안은 민사상 인격권 침해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개인적인 관계나 임신과 같은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비록 사적인 감정이나 절박한 상황이 있더라도 타인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은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물의 파급력은 매우 크므로, 게시물의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공의 이익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복수심이나 비방을 목적으로 게시한 것이라고 판단되면 법원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법적 조치를 취하고자 할 때는 삭제를 요구하는 게시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해야 합니다. '모든 유사 게시물'과 같이 광범위하게 신청할 경우 법원에서 집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기각될 수 있습니다. 간접강제(명령 위반 시 금전 지급)는 채무자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우려가 충분히 소명될 때 인용되므로, 해당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별도로 신청해야 할 수 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 등에 따른 잠정조치와 같이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상 가처분 신청을 통해 신속하게 피해를 막는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