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철강 가공·판매업을 하는 원고 회사가 강구조물 제작 회사인 피고 회사와 거래를 해왔으나, 피고 회사와 별개로 강구조물 제작 공사를 수주한 주식회사 C에 자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품대금 미수금에 대해 피고 회사에 지급 책임을 물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직원이 대리권을 가지고 계약을 체결했거나 표현대리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주식회사 C과 직접 계약한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평소 철근 등 제품을 거래하는 관계였습니다. 주식회사 C은 피고와 무관하게 D 신축공사 현장의 철골 공사를 독자적으로 수주하였습니다. C의 직원 E은 원고에게 D 공사에 필요한 자재 발주서를 보냈고, 피고 또한 A에게 이 발주서를 전달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해 C에 견적서를 보냈다고 피고에게 알렸습니다. 이후 원고는 D 공사현장에 자재를 공급하고 피고를 공급받는 자로 기재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습니다. 피고는 C으로부터 대금을 받아 원고에게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C이 자금난으로 회생 신청을 하면서 자재 대금 168,334,177원이 미수금으로 남게 되자, 원고는 피고가 계약의 당사자이거나 대리 또는 표현대리 책임이 있다며 미수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D 공사가 C의 독자적인 공사이며 자신은 단순히 자재 내역과 대금만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D 공사현장 자재 공급계약의 실제 당사자가 원고와 피고인지, 아니면 원고와 주식회사 C인지 여부 및 피고에게 대리 또는 표현대리에 의한 물품대금 지급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168,334,17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가 아닌 주식회사 C과 D 공사현장 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았고, 피고에게 계약 체결의 대리권이 있었거나 대리권 수여 표시 또는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 책임이 성립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계약의 당사자 확정 문제와 대리, 특히 표현대리 법리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계약 당사자 확정 관련 법리: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는 우선적으로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합니다. 만약 당사자들의 의사가 불일치하는 경우, 의사표시를 받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했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특히 계약 내용을 서면(처분문서)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문구에만 얽매이지 않고, 서면 기재 내용이 가진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에 따라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C에 견적서를 보내고 피고가 C으로부터 대금을 받아 송금한 정황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D 공사현장 자재 공급계약의 당사자가 C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25조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 이 조항은 본인이 어떤 사람에게 대리권을 주었다고 제3자에게 표시한 경우, 그 사람이 그 권한 밖의 행동을 하더라도 제3자는 본인에게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제3자가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직원 E에게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표시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129조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 이 조항은 대리권이 소멸된 후에도 그 사실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그 대리권 소멸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제3자가 대리권 소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E에게 피고를 대리할 대리권이 과거에 있었다가 소멸한 경우가 아니었으므로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거래 관계에서는 계약의 당사자를 명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계약서, 발주서, 견적서 등 모든 서류에 정확한 법인명과 사업자등록번호를 기재하여 계약 당사자를 분명히 하십시오. 만약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다면, 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위임장 등 대리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요청하고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금계산서 발행 시에는 실제 물품을 공급받는 자를 정확히 확인하고 발행해야 합니다. 거래 내역, 세금계산서, 매입·매출원장 등 모든 거래 관련 서류를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 회사와 연관된 거래에서는 각 회사별로 거래 내역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것이 혼란을 방지하고 증빙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과 같은 비공식적인 소통 내용도 법적 분쟁 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거래 관련 중요한 내용은 신중하게 주고받고 보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