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원고가 돈을 빌려준 채무자 E가 자신의 부동산을 직원인 B와 D에게 팔아넘겨 원고를 포함한 다른 채권자들이 돈을 받기 어렵게 되자, 원고가 이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E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부동산을 매도한 것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며, 피고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매매계약을 일부 취소하고 원고에게 가액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원고 A는 채무자 E에게 5,800만 원을 빌려주었으나 1,000만 원만 돌려받고 4,830만 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E는 2017년에 부동산을 매수하여 담보신탁을 설정했으며, 2019년부터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습니다. 2021년 4월 12일, E는 이 담보신탁된 부동산을 자신의 직원인 피고 B와 또 다른 피고 D에게 매도했습니다. 이 매매 과정에서 피고들은 E의 다른 채권자들의 채무를 일부 대신 갚아주고, 남은 매매대금은 E가 피고 B에게 지고 있던 채무를 갚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E는 부동산 외에 다른 재산이 거의 없어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이에 원고 A는 E가 자신의 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인 피고들에게 재산을 매도한 것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는 행위(사해행위)이므로, 이 매매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 E가 담보신탁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들(피고들)에게 매도한 행위가 다른 일반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들이 이러한 사해행위를 알면서 매수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담보신탁된 부동산의 처분에 대한 원상회복 방법과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과 E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을 피고별로 각 30,906,706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했습니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30,906,706원과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의 2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E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도하여 특정 채권자(피고 B)에게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다른 채권자들을 해한 행위를 사해행위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담보신탁된 부동산의 경우, 직접 부동산을 되돌리는 대신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에서 가질 수 있었던 후순위 수익권의 가치 범위 내에서 가액배상(금전으로 돌려주는 것)을 명령함으로써, 복잡한 재산권 형태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의 원상회복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빚이 많아 변제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법률 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거나 그 가액을 배상하도록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E이 자신의 부동산을 피고들에게 매도한 것이 이러한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되었습니다.
채무자의 책임재산 판단: 채무자의 무자력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실제로 재산적 가치가 있어 채권자들이 공동으로 담보를 잡을 수 있는 재산만을 적극재산으로 봅니다. 이 사건의 경우처럼 담보신탁된 부동산은 신탁이 존속하는 동안 채무자(위탁자)가 마음대로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자체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책임재산으로 보지 않고, 신탁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가질 수 있는 '후순위 수익권'(우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고 남는 돈을 받을 권리)이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 처분으로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게 될 것을 인식하고 한 행위여야 합니다. 또한, 그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이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알았다는 '악의'가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 스스로 선의였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E의 직원이었고 재산 상태를 알았을 것으로 보아 악의가 인정되었습니다.
원상회복의 방법 및 범위: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재산을 원상회복시켜야 하는데, 담보신탁된 부동산과 같이 복잡한 경우에는 부동산 자체를 되돌려놓기보다는 그 가액을 돈으로 돌려주는 '가액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가액배상액은 사해행위의 목적물 가치와 채권자의 채권액 중 더 적은 금액을 한도로 하며, 사해행위 이후 소송 변론 종결 시까지 발생한 이자나 지연손해금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E의 책임재산에 해당하는 후순위 수익권의 가치(72,335,033원)와 원고의 피보전채권액(61,813,413원) 중 적은 금액인 61,813,413원 한도 내에서 가액배상이 명령되었습니다.
채무자가 빚이 많은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친인척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사해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매우 큽니다. 부동산이 담보신탁되어 있더라도, 채무자가 신탁재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후순위 수익권(신탁이 종료된 후 우선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고 남는 금액을 받을 권리)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항상 부동산 자체를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처럼 금전으로 가치를 돌려받는 가액배상 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가액배상액은 채권자의 실제 채권액과 사해행위의 목적물 가액 중 더 적은 금액을 한도로 하며, 사해행위 이후 소송 변론 종결 시까지 발생한 이자나 지연손해금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재산을 받은 사람이 채무자의 이러한 사해행위를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법원은 악의가 있다고 추정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