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가 요통 및 하지방사통 치료를 위해 받은 신경근 차단술 이후 증상이 악화되었다며 의료진에게 시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요추 5번-천추 1번의 척추전방전위증 및 협착증으로 피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2018년 10월 22일 요통이 악화되어 다시 내원했습니다. MRI 검사 결과 기존 질환 외에 요추 4-5번의 추간판탈출 소견이 확인되었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에도 하지방사통이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 의사 D은 2018년 11월 2일 원고의 요추 4-5번간, 요추 5번-천추 1번간에 대한 신경근 차단술을 시행했습니다. 시술 후에도 원고의 하지방사통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다시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기존 요추 4-5번간 추간판탈출 정도가 악화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피고 병원은 2018년 11월 10일 원고의 요추 4-5번간 디스크 수술 및 후궁절제술을 시행했습니다. 원고는 현재 요추 4-5번간 추간판탈출에 의한 신경근 영역 주변의 감각이상 증상이 잔존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 사건 시술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201,079,012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의사 D이 신경근 차단술 과정에서 시술상 과실로 원고의 추간판탈출증을 악화시켰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의사 D이 시술 전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의료법인 F의료재단이 원고와 진료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이자 피고 D의 사용자로서 피고 D과 공동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 D이 신경근 차단술 시술상 과실을 저질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의사가 특수영상장치를 사용하고 환자 통증을 확인하며 시술을 진행한 점, 시술 직후 환자의 통증이 감소했다고 기록된 점, 그리고 감정의가 시술과 추간판탈출증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종합하여 시술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 의사 D이 시술 전 시술의 목적, 효과, 예상되는 합병증 및 후유증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으며, 시술 후에도 여러 차례 환자와 면담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법인의 채무불이행 책임 및 사용자 책임도 인정되지 않아 원고의 모든 청구가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인의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의료과실) 관련 법리: 의사는 진찰 및 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의 구체적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정되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의료행위는 전문성이 높아 일반인이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과실 외 다른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통해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만으로 막연히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사가 신경근 차단술 시 특수영상장치(C-arm)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시술 부위를 확인하고 환자의 통증 정도를 들으며 시술한 점, 시술 직후 환자의 통증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던 점, 감정의가 시술과 추간판탈출증 악화 사이에 보편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들어 시술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설명의무 위반 관련 법리: 의료인은 환자에게 의료행위의 내용, 필요성, 위험성, 대체 방법,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환자는 이러한 설명을 바탕으로 의료행위에 동의할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 즉 '자기결정권'을 가집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사가 2018년 11월 2일 시술 시행 전에 원고에게 시술의 목적, 효과, 예상되는 합병증, 후유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시술동의서를 받은 사실, 그리고 시술 후에도 여러 차례 원고와 면담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사용자책임 및 채무불이행책임 관련 법리: 의료기관이 환자와 진료계약을 체결한 경우, 의료기관은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기관은 소속 의사 등 직원들이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실을 범한 경우, 민법 제756조에 따라 직원을 고용한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의사의 시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피고 의료법인 역시 채무불이행 책임이나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유사한 의료 관련 분쟁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의료 시술이나 수술 전에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시술의 목적, 예상 효과, 발생 가능한 모든 부작용, 합병증, 후유증, 그리고 다른 치료 대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설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동의서에 서명하고, 필요한 경우 설명을 들은 내용과 동의서 내용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시술이나 수술 후 예상치 못한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될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검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환자 본인의 진료기록부, MRI나 X-ray 영상 자료, 시술 동의서 등 모든 의료 관련 문서를 잘 보관하고, 의무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을 요청하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 분쟁 발생 시, 해당 시술의 일반적인 진행 과정, 발생 가능한 부작용, 의사의 주의의무 범위 등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감정의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 측에서는 시술 후 자신의 활동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침상 안정 지시를 받았는지, 화장실 이용이나 보행 가능 여부 등을 기록하면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을 주장할 때는 단순히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의료진의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