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전 여자친구인 피해자 D를 인천의 한 호텔에서 강간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1심이 사실을 오인하여 무죄를 선고했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8년 9월 8일 새벽 시간대에 인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전 여자친구인 피해자 D를 상대로 강간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일본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피해자를 호텔로 데려가 남자관계에 대해 추궁하며 휴대폰 메신저 잠금 해제를 요구했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한 손으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등을 잡아 강제로 침대에 눕혔습니다. 이후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잠금 해제를 계속 요구하며 '이대로 진짜 헤어질 거냐?', '너 강릉 바닥 좁은 것 알지? 너 강릉에 걸레라고 소문 다 낸다'와 같은 협박성 발언을 하고, '풀어, 빨리', '내일 아침에 이야기할래? 지금 풀고 이야기할래? 아니면 그냥 자, 내가 너 그때까지 기절시켜 줄 수 있어'라고 말하며 뺨을 때릴 듯한 자세를 취하는 등 피해자를 위협했습니다. 피해자는 울면서 키스를 거부하고 다리에 힘을 주어 성관계를 극구 거부했으나, 피고인이 강제로 성기를 삽입하여 강간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와 1심 재판부의 사실오인 여부, 그리고 항소심에서 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이 강조되어 1심 재판부의 신빙성 판단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설시한 이유들이 기록과 면밀히 대조해 보았을 때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1심 재판부가 증인의 진술을 직접 듣고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빙성을 판단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검사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점도 고려하여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1.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법원은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항소심이 원심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지만, 본 사건에서는 검사의 항소 이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각되었습니다.
2.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공판중심주의): 형사재판에서 법관이 증인을 직접 심문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인의 태도, 표정, 진술의 뉘앙스 등을 직접 보고 듣는 것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는 원칙입니다. 항소심은 원심에서 직접 심리한 증거들을 서면 기록으로만 보게 되므로, 원심의 신빙성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함부로 원심의 판단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항소심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원심의 판단을 존중했습니다.
3. 증거의 신빙성 판단: 법원은 증인의 진술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합리성,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 그리고 경험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일부 정황이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신고 경위가 의문스러운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성범죄 피해를 주장할 때는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진술 내용의 번복이나 핵심적인 부분의 변화는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피해 직후의 행동(신고 여부, 주변인에게 알린 사실 등)과 일련의 정황 증거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가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 피해자의 권리일 수 있으나, 그 시점이나 금액 등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간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강간죄는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증거(상해, 저항 흔적, 목격자, 메시지 등)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주장 내용과 피고인의 행동이 경험칙상 부합하는지 여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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