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식회사 A는 부동산 취득 후 일반 세율의 취득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본점을 대도시 밖으로 이전한 것처럼 꾸며 취득세 중과세를 회피하고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지적되어, 서울 서초구청장은 주식회사 A에게 중과세율을 적용한 취득세와 부정신고가산세 등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구청이 소지하고 있는 ‘B 체납징수를 위한 관련기관 방문보고’와 ‘압류해제 관련 보고’ 문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신청했습니다. 1심 법원은 문서 제출을 명령했으나,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이 문서들이 민사소송법상 문서 제출 명령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문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여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주식회사 A의 문서 제출 명령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6년 약 4,525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수하고 취득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 주식회사 A가 본점을 대도시 외곽으로 이전한 것처럼 꾸며 취득세 중과세를 피하려 했고,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제출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서울 서초구청장은 2019년 4월 23일, 기존에 납부된 세액을 제외한 취득세 약 181억 원, 지방교육세 약 36억 원, 그리고 이들에 대한 납부불성실가산세 및 부정과소신고가산세 약 72억 원을 포함하여 총 362억 원 상당의 취득세 등을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 부동산은 과거 주식회사 B 등이 약 930억 원의 재산세를 체납했던 이력이 있으며, 구청은 주식회사 A가 부동산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P 및 Q에게 지급할 매매잔금 채권을 압류하기도 했습니다. 구청의 내부 문서들은 이러한 과거 재산세 체납 및 압류 해제 과정과 관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행정기관이 보관하는 내부 보고 문서가 민사소송법상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 또는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공무원이 직무 관련하여 보유하는 공문서가 민사소송법상 문서 제출 명령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1심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 결정을 취소하고, 주식회사 A의 문서 제출 명령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문서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서 제출 명령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구청이 이 문서들을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없어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이 문서들은 구청이 과거 B 등 다른 회사의 체납 재산세 징수 조치와 관련하여 작성한 내부 보고 문서이며, 주식회사 A와 구청 사이의 현재 취득세 부과처분 소송과 직접적인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로 볼 수 없습니다. 셋째, 이 문서들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보유·관리하는 공문서에 해당하므로, 민사소송법이 아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를 청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은 주로 민사소송법상 '문서 제출 의무'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44조는 문서 제출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당사자가 소송에서 문서 그 자체를 증거로 인용하거나 자기주장의 근거 또는 보조 자료로 적극적으로 언급한 경우 (제1항 제1호)에는 문서 제출 의무가 인정됩니다. 다만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 구청이 해당 문서들을 본안 소송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둘째, 신청인과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문서' (제1항 제3호)일 경우에도 제출 의무가 인정됩니다. 이는 사법상의 계약 관계뿐만 아니라 행정청의 처분 과정에서 작성된 공법상의 문서도 포함하지만, 본 사건의 문서들은 신청인(주식회사 A)과 문서 소지인(구청) 사이의 현재 취득세 관련 법률관계가 아닌, 다른 회사의 체납 재산세 징수와 관련된 내부 보고서이므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셋째,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보관하는 공문서의 경우 이 조항에 따른 제출 의무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문서는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공개를 청구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즉, 공문서에 대한 접근은 정보공개법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며, 민사소송법상 문서 제출 명령은 보충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본안 소송의 배경이 된 '구 지방세법 제13조 제2항 제1호'는 대도시 내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본점을 이전하여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중과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기업의 본점 이전이 취득세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외형적 조치였는지 여부가 이 사건 처분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행정기관을 상대로 소송 중 특정 문서의 제출을 요구할 때는 그 문서가 소송의 쟁점과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당사자가 그 문서를 소송에서 명백히 인용한 적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단순히 행정기관이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내부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소송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관한 문서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보유하는 공문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며, 민사소송법에 따른 문서 제출 명령은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소송 절차에서 문서 제출을 요구하려는 당사자는 해당 문서가 민사소송법상 제출 의무가 인정되는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