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 강도/살인
이 사건은 약 13년 전 발생한 외국인 여성에 대한 특수강도강간 및 권리행사방해 사건의 항소심 판결입니다. 피고인 A과 B은 피해자를 오토바이로 외딴 곳으로 끌고 가 강간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A에게 징역 10년, B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 피고인 A은 피해자와 합의하여 징역 7년으로 감형받았고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7년간 취업이 제한되었습니다. 반면 피고인 B은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아 항소가 기각되어 원심과 동일하게 징역 12년형이 유지되었습니다. 특히 B은 공소시효 완성 및 공범에게 DNA 증거에 의한 시효 연장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약 13년 전 주한미군인 아들을 만나러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여성이었습니다. 밤늦게 혼자 있던 피해자에게 피고인 A이 접근하여 술을 마시자고 유인했고, 이후 피고인 B이 오토바이를 끌고 나타나 A과 함께 피해자를 강제로 오토바이에 태워 인적이 드문 언덕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이동 후 피고인 B이 피해자의 뺨을 때려 제압한 후 먼저 강간했고, 그동안 피고인 A은 피해자의 가방을 뒤져 현금 400달러와 2만원을 훔쳤습니다. 피고인 B은 자신의 강간 범행 후 A에게도 강간할 것을 종용했으며, A은 이후 피해자를 다시 강간했습니다. 이 사건은 발생 후 12년이 지난 시점에서 DNA 증거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재개되어 피고인들이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B의 특수강도강간 범행 가담 여부 즉 사실오인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 피고인 B에게 강도범행의 공동가공의사 및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지 여부, 특수강도강간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및 DNA 등 과학적 증거에 의한 공소시효 연장이 공범인 피고인 B에게도 적용되는지 여부, 그리고 피고인 A과 B 각자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A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및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7년간 취업제한을 명했습니다. 이는 피고인 A이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피고인 B의 항소는 기각되어 원심의 징역 12년형 및 다른 처분들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 B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해 법원은 피해자와 A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여 범행 가담 사실이 정당하게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 B에게도 강도범행의 공동가공의사 및 기능적 행위지배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공소시효 주장에 대해서는 특수강도강간죄의 공소시효가 15년이며, DNA 등 과학적 증거에 의한 공소시효 10년 연장은 개별 피고인이 아닌 '해당 범죄'를 기준으로 하므로 과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공범인 피고인 B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 A은 피해자와의 합의 및 반성 태도에 따라 형이 감경되었으나, 피고인 B은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피해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아 원심의 중형이 유지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DNA 등 과학적 증거에 의한 공소시효 연장이 공범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중요한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에 공범으로 가담한 경우, 한 명이 강도 행위를 하고 다른 한 명이 강간 행위를 직접 실행했더라도 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서로의 범행에 가담하거나 이를 용이하게 했다면, 모두 특수강도강간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재물 강취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강취 행위를 돕거나 용이하게 한 경우에도 강도범행에 대한 공동가공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성범죄라 하더라도 디엔에이(DNA) 증거와 같이 범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발견되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됩니다. 이 공소시효 연장의 효력은 과학적 증거가 직접 발견되지 않은 공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은 시간의 흐름이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일부 기억의 착오나 혼동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으며, 다른 증거와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나, 범행의 경중, 피해 회복 노력 여부, 범행 인정 및 반성 여부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부산고등법원창원 2023
수원지방법원여주지원 2022
대구지방법원 2023
서울고등법원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