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식회사 A를 포함한 9개 지리정보시스템(GIS) 관련 사업자들이 M시가 발주한 K사업 입찰에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낙찰 예정자 및 들러리사를 미리 정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 행위를 하였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공동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에 대해 7억 4,800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담합 행위가 단일한 공동 행위로 인정되며 처분 시효가 도과하지 않았고 과징금 산정 및 감경률 적용에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없다고 보아 주식회사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M시가 매년 발주하는 '지하시설물 조사·탐사 및 측량' 업무인 K사업은 사업 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이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09년 이전 입찰에서 업체 간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주요 GIS 사업자들은 안정적인 수주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담합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입찰 지구별로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유찰을 막기 위해 다른 회사들을 형식적인 들러리사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K사업 입찰을 담합했습니다. 이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과징금이 부과되었고, 그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 시효가 도과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각 연도별 입찰이 별개의 공동 행위이므로 일부 연도의 처분 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과징금 부과 기준율 산정이 적법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담합 이행을 위한 감시·제재 수단이 없었고 사업 수익성 및 M시의 손해가 미미하여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보아 8%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셋째, 조사 협력 감경률 적용에 형평성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담합을 주도한 다른 회사와 비교하여 원고에게 낮은 감경률(10%)을 적용한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넷째, 원고의 재무 상황을 고려한 임의적 과징금 감액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열악한 재무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감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섯째, 과징금 액수가 원고가 얻은 이익에 비해 과도하고 다른 사업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나 전체적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식회사 A에 부과한 과징금 납부 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입찰 담합이 지속적인 수주 보장과 경쟁 회피를 목적으로 한 단일한 공동 행위로 보았으며, 마지막 담합 실행 행위일인 2014년 3월 10일로부터 7년 내에 조사가 개시되고 5년 내에 처분이 이루어져 처분 시효가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 8%는 원고가 주장하는 산정 점수를 고려하더라도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 있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조사 협력 감경률의 차등 적용은 원고와 다른 회사의 조사 협력 정도에 합리적인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며 부채 비율도 과징금 감액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임의적 과징금 감액을 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과징금 액수 역시 담합 행위의 위법성 정도와 원고의 참여 기간 및 낙찰 금액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처분과 관련이 깊습니다.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 (사업자의 정의): 이 법률은 원고 주식회사 A를 포함한 GIS 관련 사업자들을 사업자로 보았으며, 이들이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활동을 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이 조항은 사업자들이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투찰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 행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 등 9개사가 M시의 K사업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사를 정하고 투찰률을 합의한 행위가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경쟁 입찰의 본래 취지를 무력화하고 실질적인 경쟁을 제거하여 가격을 왜곡시키는 '경성 공동 행위'로 분류되며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높게 평가됩니다.
공정거래법 제21조 (시정조치): 이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 행위가 있는 경우 해당 사업자에게 행위의 중지, 법 위반 사실의 공표 등 필요한 시정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22조 및 제55조의3 (과징금 부과 및 산정): 이 조항들은 부당한 공동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합니다. 과징금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및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매출액, 부과 기준율(8%), 공동수급체 감액, 들러리 사업자 감액, 조사 협력 감경(10%) 등을 종합하여 과징금을 산정한 것이 재량권 범위 내의 적법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위반 사업자의 현실적 부담 능력'을 이유로 한 임의적 감액은 재무제표상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거나 부채 비율 등 객관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처분 시효):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시효를 규정합니다.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 위반 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입찰 담합을 단일한 공동 행위로 보았고, 마지막 담합 실행 행위일(2014년 3월 10일)로부터 7년이 경과하기 전에 조사가 개시되었고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에 처분이 이루어졌으므로 처분 시효가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여러 차례의 합의가 단일한 의사와 동일한 목적 하에 단절 없이 실행된 경우 전체를 1개의 부당한 공동 행위로 본다는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사업자가 여러 해에 걸쳐 유사한 입찰에서 담합을 했다면 각 입찰이 별개의 행위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공동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담합 행위 종료일은 마지막 담합이 실행된 날이 되며 이 날로부터 처분 시효가 계산됩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협력하는 태도에 따라 과징금 감경률에 차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조사 초기부터 성실하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자의 재정 상태가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과징금이 감액되는 것은 아니며, 재무제표상 자본잠식 여부, 부채 비율, 당기순이익 등 객관적인 감경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들러리사로 참여하는 것 또한 담합의 한 형태로 위법성이 낮게 평가되지 않으며, 실제 낙찰을 받지 않았더라도 담합에 가담한 경우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