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대림산업 주식회사를 포함한 여러 건설사들이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천연가스 주배관 및 관리소 건설공사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가격을 정하는 담합 행위를 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건설사들에게 시정조치 명령과 함께 55억 2,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대림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처분시효를 넘겼거나 과징금 액수가 너무 많아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시효가 도과되지 않았고 과징금 부과 역시 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여 대림산업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 말부터 천연가스 공급 확대 사업을 추진하며 2009년 4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전국 29개 공구의 천연가스 주배관 및 관리소 건설공사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림산업을 포함한 22개 건설사들은 총 26개 공구의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2009년 17개 공구 중 16개 공사에서는 21개사가 각 1개 공사씩 수주하기로 합의하고 낙찰받을 회사를 정한 뒤 들러리로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했습니다. 이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발주된 11개 공구 중 10개 공사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낙찰자와 투찰률을 합의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 및 제8호에 해당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즉 물량 배분 및 입찰 담합이라고 보고 대림산업에 시정명령과 55억 2,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대림산업은 이에 불복하여 공정위의 처분이 이미 처분시효를 넘겼고, 과징금 액수도 과도하여 공정위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첫째, 2009년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이 법정 처분시효를 넘겨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둘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납부명령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대림산업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대림산업 주식회사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한국가스공사의 입찰담합 의혹 문의는 위반행위자와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의 단서로 볼 수 없으며, 최초 현장조사일인 2013년 10월 무렵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고, 행위 종료일인 계약체결일(2009년 6월 10일)로부터도 7년이 지나지 않아 처분시효가 도과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산정할 때 담합 행위의 중대성, 경쟁 제한 효과, 대림산업의 조사 협력 여부, 재정 상태 등 여러 감경 사유를 충분히 고려했으므로 과징금 납부명령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은 모두 적법하다고 보아 대림산업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 및 제8호는 사업자들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물량 배분을 하거나 입찰 또는 경매에서 담합하여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건설사들이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미리 정한 합의가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21조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발생했을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22조는 이러한 위반 행위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은 입찰 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의 경우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을 계약금액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사 입찰의 특성상 위반 행위와 실제 서비스 제공 완료 시점 사이에 긴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한 예외 규정입니다.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 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개정 전에는 위반 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이었으나, 개정 후에는 조사가 개시된 경우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 조사가 개시되지 않은 경우 위반 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한국가스공사의 단순한 문의를 위반 행위 신고에 따른 조사개시일로 보지 않고, 실제로 공정위가 현장 조사를 시작한 시점을 조사개시일로 판단하여 제척기간이 도과되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재량 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법하지 않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 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보아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입찰 담합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위법 행위입니다. 특히 국가 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공공의 이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엄격하게 제재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시효(제척기간)는 법률 개정으로 연장될 수 있으며,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가 개시된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시효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단순히 입찰 담합 의혹을 제기하는 문의만으로는 위반 행위자와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조사가 개시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징금 산정 시에는 담합 행위의 경쟁 제한성 정도, 위반 기업의 조사 협력 여부, 그리고 기업의 재정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 과징금 액수가 조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경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과징금 액수가 다소 높더라도 재량권 남용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담합에 참여한 기업은 실제로 공사를 낙찰받아 수행한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들러리 역할을 한 경우에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됩니다. 또한, 법률상 위반 행위의 종료일은 단순히 입찰일이 아니라, 입찰 담합에 따른 부당한 경쟁 제한 효과가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인 계약 체결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제척기간을 계산할 때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