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선 구매입찰 담합 과징금 부과 취소 판결

이 판결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력선 구매 입찰에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사업자들이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담합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 대한 내용입니다. 법원은 장기간에 걸친 전력선 사업자들의 담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원고(넥상스코리아 주식회사, 극동전선 주식회사, 주식회사 디케이씨)에 대해서는 과징금 산정의 위법성을 인정하여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넥상스코리아와 극동전선에 대해서는 담합 종료 시점 및 과징금 부과 기준율 적용에 오류가 있었다고 보았고, 주식회사 디케이씨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액 산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 및 시정명령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또한,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에서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의 범위를 '모자 관계'로 한정하여, '자매 관계'인 극동전선에는 자진신고 감경 혜택을 주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22개 회사): 넥상스코리아 주식회사, 극동전선 주식회사, 주식회사 디케이씨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됨). 그 외 19개 회사 (청구 기각됨).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 관련 사업자들: 대한전선 주식회사, 주식회사 엘에스, 가온전선 주식회사, 일진홀딩스 주식회사 등 다수의 전력선 제조·판매 사업자들.
• 관련 사업자단체: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전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회원 공동 이익 증진 목적의 비영리사단법인)
• 피해 당사자: 한국전력공사 (전력선 구매 입찰의 발주처)

분쟁 상황

다수의 전선 제조·판매 사업자들과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은 1998년 8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약 10년간 한국전력공사가 매년 실시하는 전력선 구매 입찰에서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담합 행위를 했습니다. 이들은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 간 물량 배분 비율을 합의하고, 각 기업군 내에서 회사별 배분 비율을 정했으며, 수주 예정사를 선정하고, 낙찰가 하락 방지 및 한전의 예정 가격 인상을 위해 투찰 시나리오 및 유찰 등을 합의하여 실행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며,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불복한 사업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법적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1999년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1998년 합의와 2000년 이후 합의 간의 단절을 의미하여 1998년 합의에 대한 처분시효가 도과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이 사건 공동행위가 하나의 공동행위로 볼 수 있는지, 공동행위의 정확한 종료 시점(종기)은 언제인지, 그리고 이에 따라 적용되는 과징금 부과 기준율(5% 또는 7%)이 적절한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 디케이씨의 경우, 전선조합에서 배분받은 물량을 생산능력 부족으로 반납한 경우에도 해당 물량에 대한 관련 매출액을 인정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넷째, 이 사건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사업자 간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의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참가한 행위에 불과한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과징금 감경에 있어 비례·형평의 원칙 위반 여부와 자진신고 감경 대상에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의 범위(자매회사 포함 여부)가 적절하게 적용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원고 넥상스코리아 주식회사의 소 중 2012년 5월 6일자 과징금 감액처분에 관한 부분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므로 각하되었습니다.
2. 피고(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5월 4일자로 원고 넥상스코리아 주식회사, 극동전선 주식회사, 주식회사 디케이씨에 대해 한 각 과징금 납부명령은 취소되었습니다.
   • 넥상스코리아 및 극동전선: 이들 회사의 공동행위 종료 시점을 자진신고일인 2007년 12월 21일로 보아, 구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상한 5%)를 적용해야 함에도 신규 고시(상한 7%)를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주식회사 디케이씨: 전선조합에서 배분받은 물량을 생산능력 부족으로 반납하여 실제 매출이 없으므로 관련 매출액 산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3. 원고 넥상스코리아 등 3개 회사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대원전선 등 나머지 19개 회사의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 법원은 1999년 합의 불성립에도 불구하고 1998년과 2000년 이후의 합의는 단일한 의사와 목적을 가진 계속적인 공동행위로 보아 1998년 합의의 처분시효가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 3개 품목(600V 절연전선, 나경동연선, 나연동연선)에 대한 공동행위와 나머지 품목에 대한 공동행위는 별개의 공동행위가 아닌 하나의 공동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자진시정 감경 주장에 대해서는 2007년 입찰에서 경쟁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기존 공동행위의 자진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극동전선의 자진신고 감경 주장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를 모자 관계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규정의 문언상, 자매 회사인 극동전선에 넥상스코리아와 동일한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시정명령 부분: 공동행위의 기간 판단 오류에도 불구하고 인정된 공동행위만으로도 시정명령은 여전히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시정명령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수의 전선 업체들이 한국전력공사 입찰에서 담합하여 경쟁을 제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회사의 과징금 산정 방식에는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여 해당 회사들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특히, 담합 종료 시점의 판단 기준 및 자진신고 감면 제도의 적용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법리 해석이 이번 판결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로써,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 자체는 정당하지만, 세부적인 과징금 부과 처분의 적법성 여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면밀히 검토되어야 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 (사업자) 및 제4호 (사업자단체)​

  • 이 사건 원고들을 비롯한 전력선 제조·판매 회사들은 '사업자'에 해당하며,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은 '사업자단체'에 해당합니다.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합니다.

•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제3호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 이 조항은 사업자들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합의를 금지합니다. 전력선 구매 입찰에서 ① 물량 배분 비율 합의, ② 수주 예정사 선정 합의, ③ 투찰 가격 및 유찰 합의, ④ 물량 재분배 합의 등은 이 조항이 금지하는 '가격 결정 등' 및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 지역이나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 법원은 1999년 일부 합의 불성립에도 불구하고 1998년과 2000년 이후의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이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두3756 판결)의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 공정거래법 제22조의2 제1항 (과징금의 부과) 및 제3항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감면)​

  •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는 경우 해당 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자진신고를 하거나 조사에 협조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습니다.
  • 원고 넥상스코리아와 극동전선에 대해 공동행위의 '종기(종료 시점)'를 자진신고일인 2007년 12월 21일로 판단하여,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변경 전의 '구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상한 5%)'가 적용되어야 함에도 '신 과징금 고시(상한 7%)'를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 공동행위 종료 시점에 대해 법원은 합의에 참가한 일부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에게 합의에서 탈퇴하였음을 알리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두4159 판결)의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2011. 12. 30. 대통령령 제23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제3호 및 제4항

  • 이 시행령은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 기준을 정합니다. 특히, 제4항은 공동행위에 참여한 2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증거를 제공하는 경우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인 경우 단독으로 제공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 법원은 이 규정의 문언상 '실질적 지배관계'는 '모자 관계'에 있는 회사를 의미하고 원고 극동전선, 넥상스코리아와 같이 '자매 관계'에 있는 회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및 제28조 제2항

  • 원고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업자들이 투찰 시나리오 및 물량 배분 등을 직접 합의했으므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사업자 간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징금 상한이 관련 매출액의 5%로 제한되는 공정거래법 제28조 제2항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담합 사건에 연루되거나 관련 법률 문제를 겪을 수 있는 사업자들은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장기간의 담합 위험: 여러 해에 걸쳐 합의 내용에 일부 변경이 있었더라도, 단일한 의사에 기초하여 동일한 목적을 위해 계속 실행되었다면 전체를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합의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 담합 종료의 명확성: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업자들에게 합의에서 탈퇴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알려야 하며, 합의에 반하는 독립적인 가격 인하 등의 행위를 해야 합니다. 물량 재분배가 계속된다면 담합이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관련 매출액 산정의 중요성: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실제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그 사유를 명확히 소명하여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 자진신고(리니언시) 제도 활용: 부당한 공동행위를 중단하고 자진 신고하는 것은 과징금 감면의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시작 후에도 조사에 협조하여 자진신고를 한 경우 과징금 감경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계열회사 지위의 판단: 자진신고 감면 제도에서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의 범위는 법령에 명시된 문언에 따라 '모자 관계'에 한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표이사가 같거나 경영 활동을 통합하는 '자매 관계'만으로는 자진신고의 공동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적용 고시 변경에 대한 이해: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정하는 고시가 변경된 경우, 공동행위의 종료 시점에 따라 적용되는 고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과징금 액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종료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유리한 고시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