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감리전문회사가 철도 터널 공사의 책임감리 업무를 수행하던 중, 시공사의 터널 선형 오시공을 제대로 감리하지 못하여 설계와 다른 선형으로 시공되었습니다. 이에 행정청은 감리전문회사에 대해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감리 소홀로 인한 부실 시공 사실은 인정했지만, 업무정지 처분 당시 검토된 보완 공사를 통해 터널의 구조안전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해당 부실이 '구조안전에 중대한 결함을 초래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감리전문회사의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한 판결입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전라선 여천~여수간 철도개량 건설공사' 중 여천터널 공사를 주식회사 대한콘설탄트가 책임감리하고 현대건설 등이 시공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여천터널의 선형이 당초 설계보다 최대 670mm의 편차가 발생했으며, 이는 대한콘설탄트의 책임감리 업무 태만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터널 공사는 터널 중심선을 기준으로 굴착해야 했으나, 시공사는 궤도 중심선을 기준으로 굴착을 시작하여 306mm 어긋나게 진행되었고, 이러한 오차가 누적되어 터널 관통 지점에서 500mm의 횡방향 어긋남이 발생했습니다. 대한콘설탄트는 시공사 측량치 확인이나 중간점 변위 검측을 소홀히 하여 오시공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습니다.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서울특별시장은 대한콘설탄트에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대한콘설탄트는 이 처분이 처분사유 부존재, 신뢰보호의 원칙 위배,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이유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감리전문회사의 감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터널 선형의 오차가 '시설물의 주요구조부가 조잡하게 시공되어 구조안전에 중대한 결함을 초래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처분 당시의 상황과 보완 공사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이 요건의 판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서울특별시장이 주식회사 대한콘설탄트에 내린 감리전문회사 업무정지처분(정지기간 2009. 11. 19.부터 2010. 2. 18.까지 3개월)을 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대한콘설탄트의 책임감리 불성실과 그로 인한 주요구조부의 조잡한 시공은 인정했으나, 처분 당시 검토된 보완시공안에 따르면 철도건설규칙상의 구조안정성, 탈선안정성, 주행가능속도 등 제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아, '구조안전에 중대한 결함을 초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업무정지 처분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판결 확정시까지 해당 업무정지처분의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감리전문회사의 감리 소홀로 인해 터널 부실 시공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실이 '구조안전에 중대한 결함을 초래할 정도'에는 미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감리전문회사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이 최종적으로 취소되었습니다. 이는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 법률에서 정한 요건의 충족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구 건설기술관리법입니다. 해당 법 제30조 제1항 제8호는 감리전문회사가 책임감리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공중에 위해를 끼치거나 시설물의 주요 구조부가 조잡하게 시공될 경우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법 시행규칙 제40조의2 [별표 17] 2의아.2)항은 '책임감리 등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주요구조부가 조잡하게 시공되어 구조안전에 중대한 결함을 초래한 때'를 업무정지 처분의 구체적인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조잡하게 시공된 때'는 법령, 설계도서, 건설관행 등에 반하여 시공함으로써 주요구조부 자체의 안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구조안전에 중대한 결함을 초래하였는지 여부'는 업무정지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록 감리 소홀과 조잡한 시공은 인정되었으나, 보완 공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안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중대한 결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행정처분의 요건 해석에 있어 발생한 문제의 실질적인 위험성과 해결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보여줍니다.
건설 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는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시공사가 제공하는 측량 데이터는 반드시 독립적으로 확인하거나 그 정확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터널과 같이 정밀한 시공이 요구되는 구조물에서는 설계 도면과 실제 시공 간의 일치 여부를 각별히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공사 진행 중 설계와 다른 시공이 확인될 경우, 지체 없이 발주처에 보고하고 적절한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문제 발생 사실을 숨기거나 임의로 조작하는 행위는 추후 더 큰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셋째, 행정처분을 받게 될 경우, 처분 사유가 관련 법규에 명시된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중대한 결함'과 같이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요건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예: 안전 규격, 보완 가능성, 실제 위험도)을 들어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부실 시공이 발생했더라도, 보완 공사 등을 통해 해당 시설물이 최종적으로 요구되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면, 이는 행정처분의 위법성이나 과도함을 주장하는 데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