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E사 창건주 지위 승계 및 반환 요구 분쟁 사건

원고가 자신이 창건한 E사 종교단체의 창건주 지위를 피고에게 넘겨주기로 합의했으나, 피고가 약속한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자 원고가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창건주 지위 반환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창건주 명의 변경을 직접 요구하는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가 인정되어 원고가 여전히 E사의 창건주임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부산 기장군에 E사를 창건하고 D종교단체에 사찰 등록을 마친 창건주이자 주지였던 사람
• 피고 B: 원고 A로부터 E사의 창건주 지위를 승계받기로 합의했던 사람

분쟁 상황

원고는 1974년경 부산 기장군에 E사를 창건하고 1976년 7월 3일 D종교단체 산하 사찰로 등록하여 창건주 겸 주지의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2015년 10월경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E사 절터에 법당을 짓고 불교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조건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E사의 창건주 지위를 승계해 주기로 합의했고, 이를 D종교단체로부터 확인받았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합의된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창건주 지위를 되찾고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사찰 창건주 명의를 직접 변경해달라는 청구가 적법한지 여부.
2. 창건주 지위 승계 계약의 조건 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원상회복으로 창건주 지위가 원래 창건주에게 돌아가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원고의 주위적 청구(피고에게 창건주 명의를 원고 명의로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요구)는 법률상 허용되지 않아 각하되었습니다.
2. 원고의 예비적 청구(부산 기장군 C 소재 D종교단체 E사의 창건주는 원고임을 확인해달라는 요구)는 인용되었습니다.
3. 소송에 관련된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사찰의 창건주 명의 변경은 종교단체의 내부적인 행정 사무에 해당하며, 관련 법령에 명확한 절차 규정이 없는 경우 명의 변경을 직접 강제하는 소송은 부적법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조건부 계약이 채무 불이행으로 적법하게 해제된 경우,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원칙에 따라 원래의 창건주에게 창건주 지위가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행정관청의 허가·특허 명의 변경 절차 이행 청구의 원칙: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53622 판결 등)는 행정관청의 허가나 특허 명의에 대해 해당 법에서 양도를 허용하고 명의 변경 절차를 규정하는 경우에만 명의 양수인이 양도인을 상대로 명의 변경 절차 이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사찰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령이나 D종교단체의 사찰법에서도 창건주 명의 변경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창건주 명의를 직접 변경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주위적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창건주 성명을 사찰등록증에 기재하는 행위는 종단 내부의 행정상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2.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민법 제543조, 제548조)​: 계약 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게 되면, 다른 당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43조).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이 없었던 상태로 돌아가도록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합니다(민법 제548조).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법당 건축 및 불교학교 설립이라는 조건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창건주 지위 승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고가 이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자 원고는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했고, 이에 따라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창건주 지위 승계에 대한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됩니다. 법원은 명의 변경 절차 이행은 부적법하지만,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차원에서 원고가 창건주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줄 이익이 있다고 보아 예비적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종교단체 내에서 창건주나 특정 권리의 승계가 이루어질 때에는 해당 종단의 종헌, 사찰법 등 내부 규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권리 승계 절차뿐만 아니라 승계된 명의를 변경하는 절차에 대한 규정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조건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조건의 내용, 이행 기한, 그리고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의 계약 해제 절차 및 원상회복 방안을 명확하게 문서로 작성하고 공증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종단 내부의 행정적 처리(예: 사찰등록증의 창건주 기재)와 법률적 권리 관계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분쟁 발생 시에는 단순히 종단 내부의 서류나 통보만으로 법적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4. 행정관청의 허가나 특허 명의 변경과 같이 법률에 직접적인 명의 변경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직접적인 '명의 변경 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권리의 '확인'을 구하는 등 다른 법적 접근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