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구직 앱을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고용되어 총 9명의 피해자로부터 1억 9,374만 5천 원을 수거하고 무통장 송금하는 방식으로 사기 범행을 도운 혐의(사기방조)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나, 피고인과 검사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사회 경험,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채용 상황, 회사 합법 여부 확인 노력, 불법을 의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급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2020년 6월 9일경, 피고인 A는 구직 어플 'G'를 통해 'H 팀장'이라는 보이스피싱 관리책으로부터 사람들을 만나 돈을 받아 무통장 입금하는 '채권 회수 업무'를 제안받아 승낙했습니다.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에게 I저축은행 직원, K 직원 등을 사칭하며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기존 대출 채무 변제 명목으로 현금을 준비하게 했습니다. 피고인은 'H 팀장'의 지시에 따라 2020년 6월 23일부터 2020년 7월 6일까지 총 9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1억 9,374만 5천 원을 직접 교부받아 'H 팀장'이 알려준 계좌로 무통장 송금하는 방식으로 사기 범행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R'라는 대부업체의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을 뿐,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A가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는지, 즉 사기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범죄 사실의 증명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확신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특히 피고인의 사회 경험, 코로나19 확산 시기 비대면 채용의 보편성, 합법 업체 여부 확인 노력, 비정상적이지 않은 급여 수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된 현금 수거책이라 할지라도, 그 행위가 범죄와 연관되어 있음을 인지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사기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비대면 채용 방식이 일반화된 시기,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연령, 그리고 합법적인 회사 여부를 확인하려는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형법상 사기방조: 형법에서 방조는 정범(주된 범죄자)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범죄 실행을 쉽게 해주는 직간접적인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방조범이 되려면 ① 정범의 범죄 실행을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와 ② 정범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정범의 고의(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가 필요합니다. 형사재판의 증명 책임: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이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 이 사건 항소심은 대법원의 판례(2005도6056, 2010도14487 등)에 따라 방조범의 고의에 대한 기준과 형사재판에서의 엄격한 증명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행동이 범죄를 돕는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지했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됩니다.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설 정도로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피고인은 무죄로 선고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의 요건): 피고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항소심은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고액 현금 수거/운반 아르바이트 주의: 정상적인 회사에서 일반인에게 고액 현금을 직접 수거하여 입금하는 업무를 맡기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특히 금융 관련 업무라고 하면서 현금 수거를 요구한다면 보이스피싱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비대면 채용 과정의 의심스러운 점 확인: 면접 없이 온라인으로만 채용이 진행되거나, 회사 사무실 방문 없이 업무를 시작하게 하는 경우, 또는 신분증 사본 등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 합법적인 업체인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업무 내용의 비정상성 인지: 은행 ATM을 통해 100만 원씩 여러 차례 나누어 무통장 입금하거나, 매번 다른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송금 방식, 현금 수령 후 현장에서 수당을 바로 챙기는 방식 등은 의심스러운 정황입니다. 높은 수당 경계: 업무 내용이나 난이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당을 제시하는 경우, 불법적인 활동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회사 정보 및 담당자 신원 확인: 인터넷 검색 등으로 회사의 존재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연락한 담당자가 실제 해당 회사에 재직 중인지 직접 회사 대표 번호로 전화하여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음: 본인은 합법적인 업무라고 생각하더라도, 불법 조직에 의해 이용되어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면 반드시 해당 업무를 거절하고 상세히 알아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