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자궁근종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항생제 피부반응검사 후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보인 후 회복되었고 이틀 뒤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항생제 투여 중 다시 심정지에 이르는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했으나, 의료진의 미흡한 응급처치와 상급병원 전원 지연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한 달 뒤 사망했습니다. 법원은 초기 피부반응검사 및 수술 후 항생제 처방에는 과실이 없다고 보았으나, 두 번째 아나필락시스 쇼크 발생 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고 신속하고 적절한 심폐소생술 및 약물치료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상급병원 전원 조치도 지연했다고 판단하여 의료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환자의 부모와 형제들에게 총 2억 7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I은 2016년 8월 11일 자궁근종 수술을 위해 H산부인과의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직후 세파계 항생제 피부반응검사에서 양성반응과 함께 혈압 저하, 식은땀 등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보였으나, 응급처치 후 회복되어 수술은 다음 날로 연기되었습니다. 2016년 8월 12일 이 사건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큐프론, 아미카신 등 항생제를 투여받았습니다. 2016년 8월 15일 05시 40분경 큐프론 투여 직후 가슴 불편감과 가려움을 호소하다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의료진은 산소 공급, 앰부배깅, 덱사 투여, 에페드린 투여 등의 조치를 했고, 마취과장이 06시 02분경 기관내삽관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06시 16분경 119에 신고하여 06시 29분경 K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K병원 도착 당시 망인은 의식이 없고 활력징후가 측정되지 않는 위중한 상태였으며,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이 회복되었으나 광범위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망인은 이후 2016년 9월 20일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고, 이에 유가족이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환자에게 항생제 알레르기 이력이 있음에도 세파계 항생제 피부반응검사를 시행한 것이 과실인지 여부, 첫 번째 아나필락시스 증상에 대한 응급처치가 적절했는지 여부, 알레르기 반응 후 충분한 회복 시간 없이 수술을 진행한 것이 과실인지 여부, 수술 후 항생제 처방 및 투약 방법에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치명적인 두 번째 아나필락시스 쇼크 발생 시 의료진의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에피네프린 등), 기관내삽관, 모니터링, 상급병원 전원 등 응급처치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그리고 이 모든 과실이 환자 사망의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와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입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 A, B에게 각 133,215,530원, 원고 C, D에게 각 2,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6년 8월 15일부터 2020년 2월 19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7/10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발생한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상황에서 필요한 응급처치와 신속한 전원 조치를 소홀히 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사정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책임을 30%로 제한하여 환자 가족에게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의료기관이 응급상황 시 환자 모니터링, 적절한 응급처치, 그리고 상급병원 전원 결정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사건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행위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진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의사의 주의의무'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행해야 하며,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등). 또한,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입증 책임'은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환자 측이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즉, 환자 측이 의료상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다른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를 추정합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다52576 판결 등).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 명시된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는 환자의 계속적 치료와 의료행위의 적정성 판단 자료로 사용되므로, 의사는 진료기록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차 사고 이후 작성된 의무기록이 불충분하다고 보아 판단에 참작했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모든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설명의무 위반과 중대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등). 또한, '동업관계에 있는 의사들의 사용자 책임'(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65562 판결 등)에 따라 동업자 중 한 명의 과실에 대해 다른 동업자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피고들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의료기관 방문 시 본인의 알레르기 이력을 의료진에게 반드시 명확히 알려야 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알레르기 이력을 철저히 확인하고 기록해야 하며, 항생제 투여 전에는 필요한 경우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하고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대비한 응급처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수술 전후 또는 알레르기 반응 경험 후에는 환자의 활력징후를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은 표준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한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특히 아나필락시스 쇼크에는 에피네프린), 기도 확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위중한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자체적인 역량으로 적절한 처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지체 없이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고려하고 신속하게 조치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진료기록부에 환자의 상태, 치료 경과, 투약 내용, 응급처치 내역 등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며, 이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행위의 적정성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의료기관의 여러 의사가 동업관계일 경우 한 의사의 의료 과실에 대해 다른 동업자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