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부산일보 편집국장이던 원고가 노동조합 활동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등 경영진의 지시에 불응하여 대기처분을 받자 그 무효 확인을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징계 절차의 하자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징계사유 중 일부만 정당하다고 보았고, 대기처분이 사실상 해고와 같은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점, 원고의 오랜 근무 경력, 그리고 언론의 편집 독립성 존중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회사 내부에서 사장 선임 제도와 관련하여 경영진과 노동조합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던 중, 원고는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징계에 반대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이후 노동조합이 피고의 대주주인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원고는 이를 신문 1면에 게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고의 경영진은 기사 게재를 연기하거나, 내용 및 제목을 수정하고, 회사 입장을 담은 '사고'를 게재할 것을 요구했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신임 대표이사의 인사를 지면에 게재하지 않거나, 발행인란을 누락하고, 정수장학회 관련 비판 기사를 계속 게재하는 등의 추가적인 문제로 이어졌고, 결국 원고는 두 차례의 징계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첫 징계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후, 피고는 다시 원고에게 대기처분을 내렸고, 이에 원고가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회사의 편집국장에 대한 대기처분이 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 여부, ② 징계사유가 정당하게 인정되는지 여부, ③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특히, 신문 편집권이 발행인과 편집인 중 누구에게 궁극적으로 귀속되는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과 징계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내린 2012년 4월 18일자 대기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대기처분의 절차적 적법성에 대해서는 원고가 비조합원인 관리직책 종사자로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고 회사 포상징계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가 적법하게 구성되었다고 보아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으로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원고의 지령 번호 잘못 기재, 회사의 장기적 편집 방침과 관련된 기사에 대한 발행인의 지시 거부, 발행인란 고의 누락, 반론보도 거부로 인한 간접강제금 지급 결정 초래 등 일부 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다수의 징계사유는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징계재량권 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된 징계사유의 경중, 언론의 편집권 존중 의무, 원고가 갈등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 점, 원고의 오랜 무징계 근무 경력, 그리고 대기처분이 6개월 내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자동 해임되는 사실상 해고에 준하는 중대한 처분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대기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 및 법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첫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따라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범위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편집국장과 같은 관리직책 종사자는 조합원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규정된 단체협약에 따라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고, 회사 자체의 포상징계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4조(편집의 자유와 독립)와 관련된 편집권의 귀속 주체와 내용에 대한 법리입니다. 법원은 언론사의 기본적인 성격과 관련된 기본 방침 결정권은 발행인에게, 매일의 구체적인 지면 작성 세부 방침은 편집 종사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보도 대상에 대한 언론사의 장기적 견해가 투영된 장기적인 편집 방침 결정권은 기본 방침과 별개로 볼 수 없어 발행인에게 귀속된다고 보았으나,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편집 종사자들의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필수적 기재사항)로, 신문에 발행인 등 필수 기재사항을 누락하는 것은 직무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넷째, 징계 처분이 사용자의 재량 행위이나, 그 재량권 행사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위법하다는 '징계재량권 남용'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해고에 준하는 중대한 징계의 경우,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야 그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회사의 관리자급 직원이라도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징계 규정이 무제한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징계 처분의 정당성은 절차적 적법성뿐만 아니라 징계 사유의 객관적 타당성, 그리고 징계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에 맞는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해고나 이에 준하는 대기처분 등 중대한 징계에 있어서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오랜 근무 경력과 무징계 기록, 그리고 징계 사유가 언론의 자유나 직업윤리에 기반한 것이라면 더욱 신중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언론사에서 편집권의 주체에 대한 갈등이 발생할 경우, 기본적인 편집 방침은 발행인에게 있더라도 구체적인 지면 작성이나 장기적인 편집 방침 결정 과정에서는 편집 종사자들의 참여와 독립성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