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이 사건은 건설회사인 G이 대출 기관인 원고 A조합을 포함한 여러 채권자들에게 거액의 채무를 지고 채무초과 상태에 있을 때, 완공된 공동주택의 일부 호실에 대하여 피고 F 등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G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들에게만 담보를 제공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피고 F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선의)도 받아들이지 않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그에 따른 등기를 말소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G은 2016년 원고 A조합과 I조합으로부터 공동주택 신축 자금을 대출받고, 그 담보로 사업부지를 신탁회사 J에 신탁했습니다. 공동주택 완공 후 일부 호실(이 사건 건물)에 G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으나, 이는 신탁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G은 원고 A조합에 대한 대출금 약 25억 8,900만 원 및 이자, I조합에 대한 대출금 6억 6,000만 원 등 총 약 44억 원에 이르는 채무를 지고 있었고, 적극재산은 약 43억 원으로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은 2018년 1월 31일 하루 만에 이 사건 건물 30개 호실에 대해 피고 F 및 다른 채권자들에게 채권최고액 1억 원씩 일괄적으로 총 1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에 원고 A조합은 이 행위가 사해행위라며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취소 및 등기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피고 F는 기존의 다른 담보를 대체하는 차원에서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며, G의 채무초과 상태를 알지 못했다(선의)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담보를 제공받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정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선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F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과 같이 주식회사 G과 피고 F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F는 주식회사 G에게 해당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G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피고 F가 이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선의)도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건설회사 G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부동산 담보를 제공한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해당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취소되어야 하고 근저당권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피고 F는 담보 대체 주장과 선의 주장을 펼쳤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406조에서 규정하는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권)'과 관련된 사례입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자기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채무초과 상태: 채무자의 소극재산(빚)이 적극재산(재산)을 초과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상태에서 채무자가 자기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해행위의 인정 기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그 소유의 부동산을 채권자들 중 어느 한 채권자에게 채권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사해행위가 됩니다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10864 판결).
사해의사의 추정: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사해행위를 했다면, 채무자에게 다른 채권자를 해하려는 의사(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G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했으므로, G의 사해의사가 추정되었습니다.
수익자(담보를 제공받은 자)의 악의 추정: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이 사건의 피고 F)의 악의는 추정됩니다. 즉, 수익자는 해당 법률행위 당시에 채무초과 사실 및 다른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하였다는 점(선의)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F는 선의를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일련의 재산행위의 사해성 판단: 채무자가 연속해서 여러 개의 재산행위를 한 경우, 원칙적으로 각 행위별로 사해성을 판단합니다. 그러나 행위의 상대방의 동일성, 각 재산행위의 시간적 근접성, 채무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의 동기나 기회의 동일성 등을 기준으로 '하나의 행위'로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일괄하여 전체로서 사해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15387 판결). 이 사건에서는 30개 호실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이 같은 날 일괄적으로 이루어졌고, 채권최고액도 일률적으로 정해진 점 등을 고려하여 하나의 사해행위로 보았습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담보를 제공받는 경우, 해당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채무자가 이미 빚이 많은 상태에서 특정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이는 사해행위로 추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담보를 제공받는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전체적인 재산 및 부채 상황을 충분히 확인하고, 해당 담보가액이 채무액에 비하여 과도하게 설정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기존의 담보를 다른 담보로 대체하는 상황이라면, 채무 인수나 담보 대체에 관한 명확한 계약서나 증빙 자료를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증거가 부족하면 대체 담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임을 알고 담보를 설정받았다면(악의), 사해행위로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법원은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담보를 설정받은 수익자(채권자)의 악의를 추정하므로, 수익자 스스로 자신이 채무자의 재정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점(선의)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