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주식회사 A는 건물 철거공사의 하도급업체로서, 공사 중 발견된 지하 기초 파일(PHC파일)의 처리 방식에 대해 당시 감리자와 천안시 서북구청장에게 질의했으나 명확한 지시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감리자의 지시에 따라 파일 상부 2m만 철거하고 나머지는 매립했습니다. 그러나 천안시 서북구청장은 이를 폐기물 불법 매립으로 보고 A사에 폐기물처리 조치명령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A사가 하도급업체로서 감리자와 법원 집행관의 지시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으며, PHC파일이 곧바로 폐기물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불법 매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구청장의 조치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천안시 서북구 소재의 건축물 철거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했습니다. 공사 현장 지하에는 과거 건물 기초공사에 사용되었던 고강도 원심콘크리트 파일 322개가 매립되어 있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파일들의 철거 여부와 범위가 대체집행결정문이나 해체계획서에 명확히 언급되어 있지 않아 감리자에게 문의했습니다. 감리자는 천안시 서북구청장에게 명확한 지침을 요청했으나, 구청장은 명확한 지시 대신 전문가인 감리자에게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감리자는 국토교통부 고시를 준용하여 '2m 이상 철거 가능한 부분까지 철거 후 매립'하는 방식을 지시했고, 주식회사 A는 그 지시에 따라 PHC파일 상부 2m 정도를 철거한 후 나머지는 매립했습니다. 이후 폐기물 불법 매립 민원이 제기되자, 구청장은 주식회사 A에게 폐기물처리 조치명령을 내렸고, 주식회사 A는 이 명령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건축물 해체 과정에서 지하에 매립된 고강도 원심콘크리트 파일(PHC파일)이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하도급업체인 주식회사 A가 감리자의 지시에 따라 해당 파일을 처리한 것이 폐기물 불법 매립에 해당하여 폐기물처리 조치명령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법원은 천안시 서북구청장이 주식회사 A에 내린 폐기물처리 조치명령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은 PHC파일을 곧바로 폐기물로 단정하기 어렵고, 주식회사 A가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주식회사 A가 하도급업체로서 독자적으로 철거 대상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고, 공사 과정에서 PHC파일의 처리 방법을 감리자에게 문의했으며, 감리자가 피고에게 질의했음에도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하자 자체적인 판단과 법원 집행관의 감독 하에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PHC파일이 기초 강화 목적으로 적법하게 설치되었고, 철거 시 안전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법원은 하도급업체가 상위 기관과 감리자의 지시에 따라 공사를 수행하고, 폐기물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안전을 고려한 처리였다면 이를 불법 매립으로 보아 조치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천안시 서북구청장의 폐기물처리 조치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폐기물관리법'과 '구 건축물관리법'의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 제2항 (폐기물의 처리기준 및 방법)은 누구든지 폐기물을 버리거나 매립해서는 안 되며, 폐기물의 처리 기준과 방법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천안시 서북구청장은 이 사건 PHC파일이 폐기물에 해당하며, 원고가 이를 매립한 것이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아 조치명령을 내렸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제48조 제1항 (조치명령)은 환경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폐기물을 불법으로 버리거나 매립하는 등의 행위가 있을 경우, 해당 행위를 한 자나 그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이 조항을 근거로 원고에게 폐기물처리 조치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의 법리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PHC파일의 폐기물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원고가 관계 기관의 지시와 감독을 따랐다는 점을 중시하여 피고의 조치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건축물 해체 또는 철거 공사를 진행할 때 지하 구조물 등 기존 건축물의 일부에 대한 처리 방식이 불명확한 경우, 단순히 철거 후 매립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공사 계약서나 해체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도급업체, 발주처, 감리자 및 인허가기관(지자체)에 서면으로 질의하고 명확한 지침을 받아야 합니다. 둘째, 관련 법령이나 고시, 예규 등에서 유사한 상황에 대한 처리 기준이 있는지 미리 철저히 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한 질의 및 답변 내용을 문서화해야 합니다. 셋째, 행정기관이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고 전문가의 판단에 맡길 경우, 해당 전문가의 의견과 그 근거, 그리고 현장의 안전성 검토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가능하다면 복수의 전문가 의견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공사 현장에서의 모든 중요한 결정과 지시사항, 그리고 그 이행 과정은 사진, 영상, 문서 등으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보존하여 만일의 분쟁에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구조물의 존치 필요성 여부는 지반의 안전성, 주변 건물에 미칠 영향 등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요구하므로, 관련 전문가의 공식적인 의견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