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행정
한의사 A와 B는 자신의 명의를 한의사 E에게 빌려주어 'D병원'이라는 요양기관을 개설 및 운영하게 했습니다. 이 병원은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총 6억 3천만여 원을 수령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이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하여 명의를 빌려 개설 및 운영되었으므로, 요양기관 자격이 없고 수령한 비용이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하여 환수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인이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더라도 실제로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제공했다면, 그 이유만으로 요양기관 자격이 없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비용을 수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한의사 A는 2011년 11월 1일부터 D병원을 자신의 명의로 개설하여 운영하며 2012년 8월 2일부터 2013년 6월 13일까지 2억 3천 8백여만 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한의사 B는 2013년 6월 14일부터 자신의 명의로 D병원을 운영하며 2013년 7월 25일부터 2014년 8월 26일까지 4억 1백여만 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의사 E가 원고들의 명의를 빌려 병원의 개설 자금과 인사, 재무 관리를 담당하며 실질적으로 운영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12월 2일, 의료법 제4조 제2항(명의 대여 금지) 위반을 이유로 원고 A에게 2억 3천 8백여만 원, 원고 B에게 4억 1백여만 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환수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명의를 빌려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면허 있는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제공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요양급여비용 수령이 부당이득 환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여 의료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했더라도, 실제로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그 이유만으로 요양기관 자격이 없다고 보거나 요양급여비용 수령이 부당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은 위법할 수 있다고 보아 다시 심리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명의 대여라는 의료법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면허 있는 의료인이 환자들에게 실제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요양급여가 이뤄진 경우라면, 그 서비스를 제공한 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의 자격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해당 비용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보아 무조건 환수할 수는 없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 판결은 실질적인 의료 행위의 유무와 그 적법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법 제4조 제2항: 이 조항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자신의 면허나 명의를 빌려주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게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한의사 A와 B가 한의사 E에게 명의를 빌려준 행위가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이 조항은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의 자격을 규정합니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명의 대여 병원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명의 대여가 있었더라도 면허 있는 의료인이 실제 의료 행위를 했다면, 해당 기관이 이 조항의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이 조항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그 비용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명의 대여를 부당한 방법으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명의 대여만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행위가 이 조항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실제 의료 서비스 제공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명의로 적법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면허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엄격히 금지됩니다. 이 판결은 명의 대여라는 불법적인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실제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즉, 명의 대여 자체는 불법이지만,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실제 의료 행위를 했다면 그 비용을 무조건 부당이득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실질적인 제공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지만, 명의 대여는 여전히 법률 위반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