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주식회사 C는 원고 A로부터 거액의 사업 자금을 빌렸으나, 이후 다른 공동사업자인 D 주식회사가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C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신탁회사인 피고 B 주식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 A는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재산이 부족해지자, 해당 신탁계약이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C가 신탁계약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고, 해당 신탁계약으로 인해 일반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하여 신탁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C는 주상복합 신축사업을 추진하며 원고 A로부터 2022년 2월 16일과 3월 10일에 걸쳐 총 39억 5,584만 원을 차용했고, 이후 이자 등을 합해 45억 원을 2022년 8월 31일까지 변제하기로 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C는 D 주식회사와 공동사업을 진행하던 중, D이 G조합 등으로부터 100억 원 이상의 대출을 받으면서 C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신탁계약으로 C의 유일한 책임재산이었던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 신탁회사인 피고 B 주식회사로 이전되고, G조합 등이 우선수익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원고 A는 C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러한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만든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신탁계약의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주식회사 C가 원고 A에 대한 45억 원의 채무를 진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다른 대출기관들을 우선수익자로 지정한 행위가 기존 채권자인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채무자인 C에게 '사해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자금난 해소를 위한 신규 자금 융통 목적의 담보 제공 행위가 사해행위에서 제외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또한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C 사이에 2022년 7월 29일 체결된 신탁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C에게 이 신탁계약에 따라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 B 주식회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인 C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한 것은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 및 사해신탁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C의 사해의사도 인정되며, 우선수익자들의 악의도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신탁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도록 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채권자취소권과 신탁법 제8조(사해신탁)의 법리가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C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 A를 비롯한 일반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사해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게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 사해의사 및 악의 추정: 사해행위가 인정되려면 채무자에게 자신의 행위가 채권자를 해할 것이라는 '사해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을 처분한 경우,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또한, 그 행위의 상대방(수익자, 즉 여기서는 피고 B 주식회사 및 우선수익자 G조합 등)이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았을 경우(악의)에만 취소가 가능하지만, 채무자의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상대방의 악의도 추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C의 채무초과 상태와 유일 재산의 신탁을 통해 C의 사해의사, 그리고 우선수익자들의 악의가 추정되었습니다. • 신탁법 제8조(사해신탁):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신탁을 설정한 경우 채권자는 수탁자(受託者)나 수익자(受益者)에 대하여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기존 민법상 사해행위취소권의 특별규정으로서, 신탁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재산 처분 행위에도 채권자취소권이 적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이 사건에서 C의 신탁계약은 책임재산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신탁법 제8조에서 정한 사해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예외 사유 불인정: 법원은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신규 자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 담보를 제공한 행위는 예외적으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C가 융통한 자금의 구체적 사용처나 불가피성에 대한 명확한 증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예외 사유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출금이 사업부지 매입 등 기존 사업 관련 채무와 직결되는데도 특정 채권자(G조합 등)에게만 우선적인 담보를 제공한 것은 일반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친다고 보았습니다.
• 채무자의 재산 상태 확인: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채무자의 현재 재산 상태와 다른 채무가 얼마나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이 담보로 제공되거나 이전되는 경우, 기존 채권자들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사해행위의 가능성: 채무자가 빚이 많은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제공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치는 '사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나중에 법원을 통해 취소될 수 있습니다. • 담보신탁의 주의점: 부동산 담보신탁은 자금 조달의 한 방법이지만,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들에게는 채권 회수에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신탁계약을 통해 부동산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이전되면, 기존 채권자들은 해당 부동산에 직접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됩니다. • 신규 자금 융통과 사해행위: 자금난 해소를 위해 신규 자금을 빌리면서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항상 사해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금이 기존 채무 변제에 쓰이거나 사업에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단지 특정 채권자에게만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무자가 사업 계속을 위해 불가피하게 신규자금을 융통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사해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수익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한계: 담보신탁에서 채무자가 '수익권'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수익권에 대한 강제집행은 신탁계약 종료 이후에나 가능하거나 현금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 채권자들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