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원고는 영농조합법인에 고용되어 일하던 중 작업장에서 시멘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발판 위에서 넘어져 경추 척수 손상으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인 영농조합법인이 발판 관리 등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뇌전증을 앓던 원고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여 과로로 뇌전증 발작이 유발되어 사고가 발생했다며 5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사고 원인이 증명되지 않았고, 피고에게 안전배려의무 위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15년부터 피고 영농조합법인에서 일하던 중 2020년 10월 3일 오후 2시 10분경 사업장 내 숙소 신발장 바닥 시멘트 타설 작업을 위해 시멘트 양동이를 들고 발판을 걷다가 넘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는 경추 4-5번 척수 손상을 입어 사지마비가 되었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를 받았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약 5억 4천1백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두 가지 주장을 했습니다. 첫째, 피고가 근로자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발판을 안전하게 설치하고 유지할 의무를 게을리하여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피고의 대표이사가 원고의 뇌전증 사실을 알면서도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여 과로와 피곤으로 뇌전증 발작이 일어나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피고 영농조합법인이 작업장 내 발판을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와, 원고의 뇌전증 병력을 알고도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여 뇌전증 발작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사고 발생 원인인 '기울어지거나 손상된 발판으로 인한 사고'나 '과도한 업무로 인한 뇌전증 발작 유발'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발판의 안전성 결함이나 피고 대표이사가 원고의 뇌전증 발작 가능성을 알았음에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및 관련된 판례 법리를 적용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근로계약 관계에서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만약 사용자가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사용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이러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해당 근로로 인해 근로자의 신체적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실의 존재에 대한 입증 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발판의 결함이나 뇌전증 발작 유발과 관련하여 피고의 과실이 있음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 여부와 과실은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작업장 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고 현장의 사진, 영상, 증언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시설물의 결함이나 불안정한 상태가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려면 해당 결함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질병 상태를 알렸고 그로 인해 업무 부담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했다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이나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받았더라도,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명확한 과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주장할 때는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넘어, 사용자가 해당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