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의료
응급의료센터 의사들이 간호사나 응급구조사에게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동맥혈 가스분석이나 위세척 같은 의료행위를 지시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대부분의 의사들과 병원 운영 법인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지만, 한 의사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KK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피고인 의사들은 의식 저하나 호흡 곤란 환자의 산염기 균형 및 호흡 상태 확인을 위한 '동맥혈 가스분석(ABGA)'과 위 출혈 확인을 위한 '비위삽관을 수반하는 위세척(Gastric Lavage)'을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에게 지시했습니다. 이들은 해당 의료행위들이 의사만이 실시할 수 있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처방전달시스템을 통해 처방하거나 구두로 지시하여 간호사나 응급구조사가 이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들이 자신들의 업무 범위에서 해당 행위를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한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며, 병원의 지속적인 인력난과 시급한 환자 처치가 필요한 응급실의 특성상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응급의료센터에서 의사가 간호사나 응급구조사에게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지시한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응급 상황이나 인력 부족 등의 특수한 사정이 이러한 행위의 위법성을 완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피고인 B, C, D, E 의사 및 재단법인 P(병원 운영 법인)에 대해서는 각 벌금형(의사 100만 원, 법인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피고인 A 의사 및 재단법인 P에 대한 공소사실 중 A 의사의 의료법 위반행위 관련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에게 의사 면허 범위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지시한 것을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응급의료센터의 특수한 상황(인력난, 위급성, 의료사고 미발생 등)을 고려하여 해당 의사들과 병원 운영 법인에 대해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는 위법하나, 당시 상황과 정황을 참작한 결과입니다. 다만, 한 의사에 대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은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무면허자에게 지시한 행위에 대한 것으로, 주로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 의료행위 금지)과 형법 제31조(교사범)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이라도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는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질병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하거나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며, 구체적인 위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추상적인 위험만으로도 위법성이 인정됩니다. 법원은 동맥혈 가스분석을 위한 동맥혈 채취와 비위관 삽입을 수반하는 위세척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의료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사들이 간호사나 응급구조사에게 이 행위를 지시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것으로 보아 형법 제31조에 따라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병원 운영 법인인 재단법인 P는 의료법 제91조(양벌규정)에 따라 소속 의사들의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응급 전문의로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왔고, 위급한 상황에서 빠른 진단이 필요했으며, 부작용이 적거나 덜 침습적인 행위를 지시했고, 지속적인 인력난이 범행의 원인이 된 점, 그리고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법 제59조 제1항(선고유예)을 적용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이는 법원이 의료법 위반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특수한 상황과 피고인들의 정상을 참작한 것입니다.
의료행위의 범위는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면허 범위 밖의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수행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각 직역별 면허 범위는 의료법 및 관련 법규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 특정 의료행위가 어느 직역에 속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응급 상황이나 의료 인력 부족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더라도, 법에서 정한 면허 범위를 넘어선 의료행위 지시나 수행은 위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병원 또는 의료기관은 인력난이나 업무 과중을 이유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명확한 업무 분장 및 지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처방전달시스템을 통한 처방 역시 의사의 지시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간호사나 응급구조사가 수행할 수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처방은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의 안전과 보건 위생상의 위해 방지를 위해 의료법 준수가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