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회사의 투자 유치 근저당 설정이 사해행위인지 다툰 판결

신용보증기금은 어업회사 D 유한회사가 중소기업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서주었습니다. 이후 D 유한회사가 자금난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투자자 A, B, C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결국 D 유한회사가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변제하게 되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D 유한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설정해 준 근저당권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은 취소했으나, 피고 A와 C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은 D 유한회사가 사업 유지를 위한 신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담보를 제공한 행위였고, A와 C도 사해행위임을 몰랐다고 판단하여 이들의 근저당권 설정은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보아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신용보증기금 (원고): 어업회사 D 유한회사의 대출에 보증을 서준 후, 대신 채무를 변제한 기관입니다.
• 어업회사법인 D 유한회사 (채무자 회사): 민물장어 양식 등을 하는 회사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았으며 투자자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회사입니다.
• 중소기업은행: 어업회사 D 유한회사에 대출을 해주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은행입니다.
• 피고 B: 어업회사 D 유한회사로부터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으나, 법원에 의해 사해행위로 판단되어 근저당권 설정이 취소된 투자자입니다.
• 피고 A, C: 어업회사 D 유한회사에 투자하고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으나, 법원으로부터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인정되어 근저당권이 유지된 투자자들입니다.

분쟁 상황

어업회사 D 유한회사는 2017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중소기업은행에서 7억 2천만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2020년 2월경부터 D 유한회사는 사업 다각화 및 유통 시스템 전환 자금 마련을 위해 신문 광고 등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의 120%에 해당하는 채권최고액으로 사업부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월 일정 금액의 이익을 지급하며 10개월 후 원금을 반환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A는 2020년 3월과 4월에 총 4천만 원을 투자하고 2020년 5월 15일 채권최고액 4천8백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습니다. 피고 C는 2020년 6월 19일 1억 원을 투자하고 2020년 7월 6일 채권최고액 1억 2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습니다. 그러나 D 유한회사는 2020년 8월 21일 중소기업은행 대출 원리금을 연체하여 보증 사고를 일으켰고, 신용보증기금은 2020년 11월 26일 중소기업은행에 6억 5천5백여만 원을 대신 갚았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D 유한회사에 대한 6억 4천8백만 원의 구상금 채권을 행사하게 되자, D 유한회사가 피고들에게 설정해 준 근저당권이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라며 해당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취소와 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1.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채권자취소권 행사를 위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특히 사해행위로 주장되는 근저당권 설정 시점보다 나중에 구상금 채권이 발생했는데도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2. 어업회사 D 유한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가? 특히 채무자가 사업 지속을 위한 자금 융통을 위해 담보를 제공한 경우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3.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피고 A와 C이 해당 근저당권 설정이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는가('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하는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B과 어업회사법인 D 유한회사 사이에 2020년 5월 15일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은 해당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해야 합니다.
2. 원고인 신용보증기금의 피고 A, C에 대한 청구는 각각 기각합니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피고 B이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A, C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가 각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먼저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비록 근저당권 설정 시점 이후에 발생했더라도, 사해행위 당시 이미 신용보증약정이라는 법률관계가 존재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할 개연성이 높았으며 실제로 현실화되었으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A와 C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행위에 대해서는, 어업회사 D 유한회사가 사업 다각화 및 유통 시스템 전환에 드는 자금 확보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고, 피고 A와 C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사업 추진에 사용하였으며, 채권최고액도 투자금액의 120%로 합리적인 범위에 속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채무자 회사가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부득이 담보를 제공한 경우에 해당하여 궁극적으로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 A와 C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설령 사해행위로 본다 하더라도, 피고 A와 C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D 유한회사를 알게 되어 투자한 것이고, D 유한회사의 재정 상태 악화를 알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하여 근저당권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A와 C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피고 B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 공시송달에 의해 진행되었고, 법원은 피고 B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계약은 취소하고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은 이 조항을 근거로 어업회사 D 유한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설정해 준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를 주장했습니다.
2.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 성립 시기 관련 판례 법리: 채권자취소권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이전에 발생된 것이어야 하지만, 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가까운 장래에 그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현실화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다76426 판결 등)가 적용되었습니다.
3. 사해행위 부정의 예외 (사업 계속을 위한 신규 자금 융통) 관련 판례 법리: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자금 융통을 위해 부득이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궁극적으로 일반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다50015 판결 등)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경우, 담보 제공의 목적물 비중, 채무자의 무자력 정도, 사업 계속의 불가피성 및 유효성, 담보 제공의 합리적 범위, 자금 사용처, 다른 채권자를 해칠 의사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4. 선의의 수익자 보호 법리: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로 취소되는 사해행위의 수익자(여기서는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투자자)가 그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을 때(즉, '선의'였을 때)에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을 받지 않고 보호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A와 C은 이러한 선의의 수익자로 인정되어 그들의 근저당권이 유지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사업 유지를 위한 담보 제공: 채무자가 일시적인 자금난에 처하여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신규 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특정 채권자에게만 이익을 주고 다른 채권자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는 한, 사해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담보 제공의 목적이 사업 계속을 위한 것인지, 제공된 담보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실제 자금이 사업에 사용되었는지 여부입니다.
2. 투자자의 보호 (선의의 수익자)​: 만약 투자자가 회사의 재정 상태를 모르고 광고 등을 통해 투자를 결정했으며, 투자를 유치하는 회사가 먼저 담보 제공을 제안하여 이를 받아들인 경우, 해당 투자자는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던 '선의의 수익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3. 채권 성립 시점의 예외: 일반적으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려면 채권이 사해행위 발생 이전에 성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여기서는 신용보증약정)가 있었고, 가까운 미래에 채권이 발생할 것이라는 개연성이 높았으며 실제로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사해행위 이후에 채권이 발생했더라도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