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주식회사 A의 직원이었던 원고들이 미지급된 8월분과 9월분 임금을 받기 위해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들이 A의 원청업체인 주식회사 B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B가 A의 미지급 임금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고 이미 임금 상당액을 변제했으므로, A의 채무는 소멸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원청업체인 주식회사 B로부터 공장과 설비를 빌려 타이어 금형의 일부를 제작 및 가공하여 B에 납품하는 하청업체였습니다. 2017년 9월, B는 하청업체들과의 계약 조건 등에 이견이 생겨 분쟁이 발생했고, 하청업체들이 휴업하자 B는 하청업체들과의 계약 해지를 통지하고 공장을 점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의 대표이사 등은 공장 침입 및 업무 방해 등의 범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B는 이후 A의 직원이었던 원고들을 포함한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B로의 이직을 제안하면서, 기존 회사에서 받지 못한 임금을 대신 지급해주겠다고 공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B는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2017년 8월분 및 9월분 임금 상당액을 지급했습니다. 원고들은 B로부터 받은 이 금전이 '차용금'일 뿐이라며, 여전히 피고 A에게 미지급 임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A의 미지급 임금 채무가 원고들이 이직한 주식회사 B의 '병존적 채무인수' 및 '변제'로 인해 소멸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즉, B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금전이 단순히 '차용금'인지 아니면 A의 '임금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원고들이 피고 주식회사 A에 대해 제기한 임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B가 원고들에게 발송한 공고문의 내용('고용승계 중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손실은 당사가 보전한다', '기존 상주업체에서 받지 못한 8월분 급여에 대해 8월 22일에 지급을 완료하였다' 등), 원고들과 B 사이에 금전소비대차 약정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원고들이 주장하는 차용금의 구체적인 약정 내용(이율, 변제기 등)이 불분명하고 차용금액이 미지급 임금액과 정확히 일치하는 점, B가 하청업체와의 분쟁으로 급박한 상황에서 원고들의 이직을 회유하며 금전을 지급한 정황 등을 종합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바탕으로 법원은 원고들이 B에 입사함으로써 B와 원고들 사이에 B가 A의 미지급 임금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B가 원고들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한 것은 채무의 변제로 인정되어, 원래 채무자인 피고 A의 원고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채무는 소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법리는 '병존적 채무인수'와 '변제'입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란 기존 채무자(여기서는 주식회사 A)의 채무를 소멸시키지 않으면서, 새로운 채무자(여기서는 주식회사 B)가 기존 채무자와 동일한 내용의 채무를 함께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B가 원고들에게 보낸 공고문 내용과 당시의 상황(B가 원고들의 이직을 강력히 원했던 점)을 종합하여, B가 원고들에 대해 A의 미지급 임금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겠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병존적 채무인수가 인정되면, 새로운 채무자인 B가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지급한 행위는 채무의 이행, 즉 '변제'가 됩니다. 민법 제460조에 따라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할 때 채무는 소멸하므로, B의 변제로 인해 원래 채무자인 A의 원고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채무도 소멸한 것으로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게 된 것입니다.
하청업체와 원청업체 간의 분쟁으로 직장이 불안정해지는 경우, 새로운 회사로 이직할 때 기존 회사의 미지급 임금 처리에 대해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회사로부터 기존 회사의 미지급 임금에 해당하는 금전을 받는 경우, 이 돈이 단순히 '빌린 돈'인지 아니면 '기존 회사의 임금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것'인지 그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특히 이자율, 변제기 등 구체적인 조건이 명시된 금전소비대차 약정서가 없다면, 나중에 법적 분쟁 시 차용금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이직하며 금전적 제안을 받는 경우, 그 제안의 법적 성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모든 관련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두어 추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존 회사의 채무가 제3자의 변제로 소멸되는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한쪽이 빚을 갚으면 다른 쪽의 빚도 함께 사라지므로, 채무 변제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