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계단 낙상 사고로 E병원에서 초기 진료를 받고 D병원으로 전원하여 척추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하지 마비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되자, E병원의 오진과 미흡한 조치, D병원의 수술 및 수술 후 관리상의 과실, 그리고 양 병원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총 1억 9천 9백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양 병원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15년 11월 8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로 목과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E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입원했습니다. E병원에서는 X-ray 검사 후 압박골절 진단 하에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고 MRI 검사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E병원 의료진의 감정의 소견에 따르면 치료 과정에 순응하지 못하여 MRI 검사를 받지 않았고, 다음날인 2015년 11월 9일 D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D병원에서는 CT 및 MRI 검사 결과 요추1번 척추체의 방출성 골절이 확인되어 2015년 11월 10일 요추1번 척추체 절제술 및 유합술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수술 이후에도 하지 근력 저하 및 이상 감각, 대소변 장애 증상을 호소하며 심각한 후유장해를 진단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E병원이 진단 및 치료상 과실이 있었고 요양방법 지도설명 의무를 위반했으며, D병원 또한 수술 과정 및 수술 후 치료 과정상 과실이 있었고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현재와 같은 장해가 발생했다며 피고들에게 공동으로 총 1억 9,981만 4,489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E병원 의료진에게 척추 골절에 대한 진단 및 치료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E병원 의료진이 요양방법 지도 및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D병원 의료진에게 수술 과정 및 수술 후 치료 과정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D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유증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E병원 및 D병원의 의료상 과실과 원고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E병원과 D병원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E병원에서는 MRI 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원고가 치료 과정에 순응하지 못해 시행되지 않았고, D병원에서는 수술 전 신경마비 발생 가능성을 설명했음이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원고의 하지 마비 증상은 D병원 수술 전 이미 척수 압박 및 손상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의료사고 관련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의사의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집니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의사는 진료 방법 선택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과실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의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환자 측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사의 과실, 그리고 그 과실과 결과 사이에 다른 원인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E병원 의료진에 대한 청구에서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어, 원고의 하지 마비 증상이 E병원의 진료 과정상의 잘못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D병원 의료진에 대한 청구에서는 의료행위 과정 중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환자 측이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은 D병원 수술 이후 하지 마비 증상이 나타났더라도, 수술 전 MRI 결과에서 이미 척수 압박 및 손상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 소견 등을 종합하여 D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의료진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수술의 필요성, 방법, 예상되는 결과, 발생 가능한 후유증 및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설명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D병원은 수술 전 원고의 어머니에게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마비 가능성 등을 설명한 사실이 인정되어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료 사고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의료 기록을 확보하고 전문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감정을 통해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병원에 내원한 순간부터 진료 과정, 검사 내용, 의료진의 설명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MRI와 같이 중요한 검사의 필요성, 시행 여부 및 지연 사유, 그리고 수술 동의 과정에서의 설명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고 기록하는 것이 추후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응급 상황에서의 전원 결정이나 검사 시행 여부는 환자의 동의 여부와 의료진의 지시에 대한 순응도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따르되 필요한 검사나 치료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요구해야 합니다. 수술 전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배우자나 가족과 함께 설명을 듣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료 행위 당시의 일반적인 의료 수준과 비교하여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사실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제시해야 하며 환자의 상태 악화 결과만으로 의료 과실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