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생산직 근로자 B가 작업 중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고 요양 치료를 받던 중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몇 년 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하자,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A는 손가락 절단 사고로 인한 정신질환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자살과 기존 사고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지급을 거부했고,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망인은 2009년 2월 13일 한국터치스크린 주식회사에서 필름 케팅 작업을 하던 중 칼날에 손가락 6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후 요양 치료 중이던 2010년 1월 '양극성 정동장애(의증)' 진단을 받았고, 정신과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2014년 3월 21일 거주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하자,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A는 2015년 8월 근로복지공단에 손가락 절단 사고로 인한 정신분열병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자살이 개인적인 취약성으로 인한 것이며, 자살과 기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작업 중 발생한 손가락 절단 사고와 이후 발병한 정신질환(양극성 정동장애, 분열정동장애), 그리고 이로 인한 망인의 자살 사이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15년 10월 13일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망인이 손가락 절단 사고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사고로 인해 정신분열병 등이 발병하거나 기존 질환이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자살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의 지적 손상이 없었고,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 증거가 미약하며, 정신질환의 유전적 요인 가능성, 그리고 감정의가 사고로 인한 정신질환 발병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와 자살 간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동법 시행령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과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다루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이 법은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망인의 자살이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근로자가 업무상 사고나 질병으로 부상·질병·장해를 입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보지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망인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업무상 사고였음은 인정되었으나, 이후의 정신질환 발병과 자살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및 시행령 제36조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자살이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정신질환 발병 자체가 업무상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시간적으로 선후 관계에 있다고 해서 모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라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이나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 한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살이 개인적인 취약성이나 기저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업무상 스트레스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로 인한 것임을 객관적이고 의학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이 개인적 취약성, 유전적 요인 등 복합적일 경우, 업무상 스트레스가 질병 발병에 미친 기여도를 객관적이고 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고 발생 전 정신과적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와 정신질환,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 진단 시점의 환자 진술, 심리평가 결과, 감정의의 소견 등 다양한 의학적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사고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극심한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진료기록, 상담 기록, 주변인의 진술 등 망인의 정신적 고통이 업무상 재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