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임신부가 분만 진통으로 산부인과에 내원하여 태반조기박리가 뒤늦게 확인되어 자궁적출술을 받게 되자, 해당 산부인과 의사가 태반조기박리를 제때 진단하지 못하고 상급병원 전원 조치에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임신 33주차에 분만 진통으로 병원에 내원한 산모가 지속적인 자궁수축 증상을 보였으나 질출혈 등의 다른 태반조기박리 특이 증상이 없어 진단이 지연되었습니다. 자궁수축 억제제 투여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었고, 그곳에서 태아곤란증 진단 후 응급 제왕절개술 도중 태반조기박리 및 범발성 혈액응고장애가 확인되어 자궁적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환자는 이 과정에서 초기 진료를 담당한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해 불필요한 자궁적출술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담당 의사가 환자의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이러한 과실로 인해 환자가 자궁적출술을 받게 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반소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반소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가 원고의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했거나 전원 조치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태반조기박리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비특이적이어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전원된 상급병원에서도 수술 전에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전원 과정에서 원고가 걸어서 이동한 사실과 자궁적출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의사에게 자궁적출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의학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사가 원고의 진료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하고, 전원 조치 과정에서 취한 행동이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 의사의 진료 행위가 당시의 통상적인 의학상식과 의료수준을 벗어난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태반조기박리와 같이 증상이 다양하고 비특이적인 질환은 조기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질출혈, 자궁 동통, 요통, 태아 절박 가사, 잦은 자궁 수축 등이 주요 증상이지만 모든 증상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인 자궁 수축이 있으면서 초음파 검사에서 태반 뒤 혈종이 보이면 진단에 용이하지만, 이러한 소견이 없는 경우 진단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 변화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시 상급 병원 전원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고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