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주식회사 H(채권자)는 한국전력공사(채무자)와 배전공사 전문회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사 중 채권자 소속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한국전력공사는 이 사고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주식회사 H는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계약자 지위 유지 및 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신청을 기각했지만, 항고심 법원은 한국전력공사의 계약 해지 조건이 부당한 특약으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채권자에게 사망사고 발생에 대한 명확한 귀책사유가 소명되지 않았으며, 가처분 인용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아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주식회사 H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H는 한국전력공사와 2023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K지역 배전설비 공사(추정계약금액 약 50억 4천만 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3년 3월 16일, 주식회사 H 소속 근로자가 공사 현장에서 고소작업차 후진 중 차량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023년 5월 3일, 사고 발생에 주식회사 H의 안전관리상 귀책이 인정된다며 계약 해지(예정) 및 위약벌 부과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2023년 6월 2일, 한국전력공사는 '사망사고 1명 시 계약해지'라는 내부 업무처리기준에 근거하여 주식회사 H에 계약 해지를 통지했습니다. 주식회사 H는 이 계약 해지 통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한국전력공사의 해지 조건이 관련 법령상 무효이고 자신들에게 사고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계약자의 지위 유지 및 계약 해지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사망사고 1명 시 계약해지'라는 업무처리기준이 공기업 계약사무규칙 및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상 계약상대방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무효인 특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사망사고 발생에 대한 주식회사 H의 안전관리상 귀책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계약자의 지위를 임시로 유지하고 계약 해지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항고심 법원은 한국전력공사의 계약 해지 기준인 '사망사고 1명 시 계약해지' 규정이 주식회사 H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사망사고의 발생 경위나 귀책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해지하도록 한 점,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귀책사유를 판단하고 이의 제기 절차가 없는 점 등을 불합리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망사고 발생에 대한 주식회사 H의 명확한 귀책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으며, 계약 해지 시 주식회사 H가 입을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고려할 때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계약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해지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주식회사 H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 판결은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 불공정한 특약의 효력을 다툴 수 있으며, 사업자가 계약 해지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임시적인 구제 조치(가처분)를 통해 본안 소송에서 다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과의 계약 시 계약서뿐만 아니라 관련 업무처리기준, 약관 등 모든 조건들을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계약 해지 사유나 제재 조항이 불공정하거나 일방적으로 불리한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계약 체결 전 이의를 제기하거나 수정 요청을 고려해야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수칙 준수는 기본이며, 안전회의 기록, 위험성 평가 자료, 장비 점검 일지 등 안전 관리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사고 발생 시 귀책사유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관련 증거(사진, 영상, 목격자 진술 등)를 확보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나 고용노동부 등 전문기관의 조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불리할 수 있는 진술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특약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조항의 무효를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등으로 인해 사업 운영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본안 소송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일시적으로 계약 관계를 유지하거나 해지의 효력을 정지하는 등의 긴급한 법적 구제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특정 공공기관과의 계약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회사의 경우, 계약 해지 등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시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여 위험을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