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청구인 부부가 병원 앞에서 피켓, 확성기 등을 사용하여 시위를 벌여 의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청구인들은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제314조 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집회·시위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며, 집시법과의 체계정당성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청구인 송○○과 그의 배우자인 최○○은 2019년 2월 2일부터 2019년 5월 2일까지 약 3개월간 피켓, 확성기, 현수막 등을 이용하여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로 인해 의사인 피해자들의 병원 업무가 방해되었고, 검찰은 청구인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020년 10월 30일 1심 법원(수원지방법원 2020고합217)은 송○○에게 벌금 100만 원, 최○○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청구인들은 항소심에서 형법 제314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21년 10월 1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시위가 송○○이 해당 병원에서 받았던 수술의 문제점을 알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헌법재판소는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 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청구인들의 명확성 원칙 위반,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 침해, 체계정당성 위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 '업무', '방해'라는 용어들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지만, 모든 형태의 집회나 시위가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소음 발생이나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정당한 자유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업무방해죄 조항이 집회·시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며, 집시법에 따른 신고를 거쳤더라도 실제 발생하는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여 체계정당성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은 사람의 정상적인 사회생활 활동인 '업무'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서 '위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뿐만 아니라 사람의 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의미하며, '업무'는 사회적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방해'는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이 법은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확성기 등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 발생을 규제하거나(제14조), 폭행·협박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제16조 내지 제18조). 본 판결은 집시법에 따라 신고를 마친 합법적인 집회나 시위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가 있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고 어떤 처벌을 받는지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업무방해죄의 '위력', '업무', '방해' 등의 용어가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으로 충분히 인식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그 한계 헌법상 보장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업무방해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 이는 정당한 집회·시위의 자유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간주되어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집회 및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권리이지만, 그 행사가 타인의 권리나 공공의 질서를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면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집회나 시위가 적법하게 신고되었다 하더라도, 확성기 소음이 과도하거나, 물리적·비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사람의 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스럽게 하여 타인의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줄 위험을 발생시킨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는 단순히 폭력적인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나 다수의 세력 등 넓은 의미에서 타인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시키는 일체의 세력을 포함합니다. 시위의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시위의 방법이 법이 정한 한도를 넘어서 타인의 업무나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