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E 주식회사의 전 대표이사들인 원고 A, B, C, D가 경상남도지사가 내린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입니다. 원고들은 처분 근거 법령의 위임 한계 일탈, 제척기간 도과, 책임주의 원칙 위반, 법률유보 원칙 위반, 비례 원칙 위반 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경상남도지사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E 주식회사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수입현미 운송용역 입찰에서 다른 업체들과 담합하여 낙찰사, 들러리사 및 투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하고 실행한 공동행위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E 주식회사는 1995년부터 수입현미 운송용역을 수행해왔으나, 1999년 사업자 선정 방식이 수의계약에서 지명경쟁입찰로 변경되고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되었습니다. 이에 E 주식회사를 포함한 6개 운송업체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8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및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주한 총 127건의 수입현미 운송용역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사, 들러리사 및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밝혀졌고, E 주식회사는 자진 신고로 과징금을 면제받았지만, 경상남도지사는 E 주식회사의 전 대표이사들이었던 원고들에게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4항이 법률의 위임 한계를 일탈하여 법인 대표자에게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담합 행위 중 2013년 이전에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 지방계약법 제31조 제6항의 제척기간 7년이 도과하여 처분 사유가 될 수 없는지 여부입니다. 법인의 담합 행위에 대해 대표이사인 원고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전자조달시스템 게재를 통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효과가 모든 관급 사업으로 확장되는 것이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E 주식회사의 공정거래위원회 자진 신고 및 소극적 가담 주장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피고(경상남도지사)가 원고들에 대해 내린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구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대상, 기간, 방법 및 사유의 골자를 규정하고 대통령령에서 이를 구체화하도록 위임했다고 보았으며,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4항이 법인의 대표자에게도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임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담합 행위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단일한 부당 공동행위로 지속되었으므로, 종료일인 2017년 12월 28일부터 7년의 제척기간이 기산되어 2013년 이전 행위도 제척기간을 도과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대표이사인 원고들이 장기간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담합 행위를 몰랐다면 관리·감독 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것이므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전자조달시스템 게재는 처분의 후속 절차일 뿐 법률유보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약 17년간 127건의 입찰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담합의 내용과 횟수,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무력화한 공익 침해 정도를 고려할 때,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비례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이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경쟁의 공정한 집행을 해치거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 또는 그 밖에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부정당업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 법률이 처분의 근거가 되며, 법인은 물론 그 대표자에게도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7호 및 제4항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7호는 '입찰, 계약 체결 또는 이행과정에서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 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 수주물량 또는 계약의 내용 등을 협정하였거나 특정인의 낙찰 또는 납품대상자 선정을 위하여 담합한 자'를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4항은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받은 자가 법인이나 그 밖의 단체인 경우 그 대표자에 대해서도 제1항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법인의 대표자도 담합 등 부정당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지방계약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적법한 규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방계약법 제31조 제6항(제척기간 규정) 이 조항은 부정당 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7년(담합 행위의 경우)이 경과한 경우에는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이루어진 담합 행위가 단일한 공동행위로 판단되었고, 따라서 제척기간은 마지막 행위 종료일인 2017년 12월 28일부터 기산되어 처분 시점(2021년 1월 21일)까지 7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이 법률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담합)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본 사건에서 E 주식회사의 행위는 이 법률이 규정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및 과징금 처분(E 주식회사는 자진 신고로 감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방계약법상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이러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기초로 이루어진 행정 제재의 일종입니다.
책임주의 원칙 및 제재적 행정처분의 성격 법원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가 공정한 입찰 및 계약 질서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제재는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부과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더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대표이사는 법인의 업무 결정권한을 가지며 규제의 실효성 확보 측면에서 법인과 동일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례원칙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는지 판단할 때, 위반 행위의 내용,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개인의 불이익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17년간 지속된 광범위한 담합 행위가 경쟁입찰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을 들어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법인이나 단체의 대표자는 해당 법인의 부정당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관여 여부와 무관하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법인의 대표자로서 임직원의 직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담합 행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더라도 단일한 목적을 가지고 끊임없이 지속 실행되었다면 전체를 하나의 부당 공동행위로 간주합니다. 이러한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제척기간은 가장 마지막 위반 행위가 종료된 시점부터 기산되므로, 과거의 행위라도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재적 행정처분은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부과되며,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될 수 있습니다. 즉, 객관적 사실에 대한 책임이 중요합니다. 담합 행위의 동기, 내용, 횟수, 기간, 공익 침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므로, 단순히 자진 신고를 통한 과징금 면제 등의 유리한 사정만으로 처분 감경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담합은 중대한 위반으로 평가됩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게재되는 것은 처분의 후속 절차이며, 이로 인해 처분 효력이 다른 기관에 당연히 확장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