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B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 지분을 형제 A에게 모두 넘긴 것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법원은 B와 A 사이의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며 수익자인 A의 악의가 추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A가 주장한 상속포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B는 2005년 발생한 카드 사용대금 등으로 1억 6천만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으며 이 채권은 C 유한회사를 거쳐 2018년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양도되었습니다. B의 어머니 F이 2015년 11월 21일 사망하자, B를 포함한 자녀들은 F 소유의 부동산을 형제 A가 단독 상속받기로 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체결했습니다. 이 협의에 따라 B는 자신의 상속 지분(1/6)을 A에게 넘기게 되었고, 이는 B의 채무 상환 능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에 채권자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해당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채무자인 B의 채권을 회수할 공동 담보를 감소시키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사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실질적으로 상속포기와 동일한 결과를 낳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법률상 상속포기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사해행위 취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A가 해당 상속재산분할협의 당시 B의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를 알지 못했다는 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A와 채무자 B 사이에 2015년 11월 21일 체결된 상속재산분할협의 중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 중 각 1/6 지분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A는 B에게 해당 부동산 지분에 관하여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 및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상속포기와 상속재산분할협의는 법적 성격이 다르므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실질적 상속포기로 보아 사해행위 취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수익자의 선의 주장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악의 추정을 뒤집지 못하고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406조 제1항 (채권자취소권의 요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상속분인 각 부동산의 1/6 지분을 A에게 귀속시킨 상속재산분할협의는 B의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 담보를 감소시키는 행위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1041조 (상속포기의 방식):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하여야 효력이 발생하는 '요식행위'입니다. 이는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시키는 '인적 결단'으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A가 상속포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상속포기는 그 요건과 효과, 법적 성질이 전혀 다르므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상속포기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판례 (상속재산분할협의의 성격 및 사해행위 해당 여부): 대법원은 상속재산분할협의가 공동상속인 사이에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등). 특히,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등). 본 사건에서 B는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으므로 이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 (수익자의 악의 추정): 어떤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할 경우,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은 사람(수익자)은 그 행위가 채무자를 해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수익자가 이를 몰랐다는 '선의'를 주장하려면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다5710 판결 등). 이 사건에서 피고 A는 망인의 유지가 있었다거나 법무사의 조언을 따랐다는 등의 주장을 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A가 선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악의 추정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채무가 많은 상황에서 상속을 받게 되는 경우, 상속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채무 초과 상태에 있는 사람이 상속 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 지분을 포기하거나 다른 상속인에게 넘기는 행위는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상속 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요식행위'로, 적법한 절차를 거친 상속 포기는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상속을 포기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가정법원을 통한 상속 포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만약 채무자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상속 지분을 포기하여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었다면, 채권자는 이 협의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수익자)은 해당 협의가 채권자를 해하는 것임을 몰랐다고 주장해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