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족회 회장 선출의 정당성을 다툰 분쟁 사건

이 사건은 씨족회(종중)의 땅 매매와 관련한 분쟁으로 기존 회장이 사임한 후,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해 여러 차례 열린 총회에서 당선된 C의 회장 선출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입니다. 원고는 C의 회장 선출 과정에 소집권한 없는 자의 총회 소집, 일부 종중 회원에 대한 소집 통지 누락, 적법한 회장 권한대행자의 산회 선언 이후의 회의 진행, 표결 절차의 하자, 그리고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한 총회 연기 결정 무시 등 다양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C을 회장으로 선출한 모든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 씨족회의 회원으로, C의 회장 선출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한 사람입니다.
• 피고 B종중: D의 23세손 E의 후손들로 이루어진 씨족회입니다. 종중 토지 매매와 관련한 분쟁에 휘말렸습니다.
• C: 피고 씨족회의 회원으로, 종중 토지 매매에 반대하여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되었고, 여러 차례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나 그 적법성이 다투어졌습니다.
• F: 2017년까지 피고 씨족회의 회장이었으나, 종중 토지 매매 관련 분쟁으로 사임했습니다.
• G: F 회장 사임 후 회장 권한대행자로 지명된 부회장입니다. C 측과 회장직을 두고 갈등을 겪었습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의 분쟁은 피고 씨족회가 소유한 토지 32필지의 매매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 토지 매각 결정 및 분쟁 발생: 2017년 4월 3일 씨족회 정기총회에서 씨족회 소유 토지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2018년 2월경 주식회사 K가 187억 원, L 주식회사가 151억 5,730만 원을 제시했고, K사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씨족회는 K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L 주식회사에 토지를 매도하기로 했습니다.
2. 비상대책위원회 조직 및 고발: 이에 C은 씨족회가 K사 대신 L사에 토지를 매도하여 약 3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반대하는 회원들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위원장에 선출되었습니다. K사 및 C은 별개로 전임 회장 F, 부회장 G 등 씨족회 임원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고발했습니다.
3. 회장 F의 사임 및 대표자 선출 논의: 분쟁이 심화되자 회장 F는 2018년 7월 15일 임시총회에서 사임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회장 선출 절차에서 C이 단독 후보로 출마했으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선출되지 못했습니다.
4. 내부 분열 및 총회 개최: F 사임 후 G이 회장 권한대행자로 활동했지만, C 측은 G의 권한을 부정하고 독자적으로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자신을 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이후 G 측과 C 측은 정기총회 시 제각에서 따로 총회를 진행하려 하거나, G 측이 총회 연기를 공지했음에도 C 측이 독자적으로 총회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으며 여러 차례 회장 선출 결의가 이루어졌고, 그 적법성을 두고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 씨족회의 회장 F가 사임한 후 G이 적법한 회장 권한대행자였는지 여부.
2. 2018년 12월 9일 임시총회, 2019년 4월 3일 정기총회, 2020년 4월 3일 정기총회, 2020년 10월 31일 임시총회에서 C을 회장으로 선출한 각 결의가 소집 절차, 소집 통지, 총회 진행 및 표결 절차 등에서 법적 하자가 없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씨족회가 2018년 12월 9일자 임시총회, 2019년 4월 3일자 정기총회, 2020년 4월 3일자 정기총회, 2020년 10월 31일자 임시총회에서 한 C을 피고의 회장으로 선출한 각 결의는 모두 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C의 회장 선출 결의들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1. 2018년 12월 9일 임시총회 결의 무효:

• 회장 권한대행자의 존재: F 회장 사임 후 F가 G을 회장 권한대행자로 지명했으며, G의 사임은 조건부였으므로 유효하지 않아 G이 적법한 권한대행자였습니다. 따라서 이 총회 당시 G이 회장 권한대행자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 소집권자의 하자: 씨족회 정관에 따르면 임시총회 소집권자는 회장이며, 특정 조건(회원 30인 이상 서면 요구 시 감사가 소집) 외에는 개인 회원에게 단독 소집권이 없습니다. C은 회장이나 감사가 아니었으므로 소집권한이 없었습니다. 또한, 모든 임원이 궐위된 상태라 하더라도, C은 씨족회 연고항존자에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정관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소집권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 소집 통지의 하자: C은 형사 사건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G 측 일부 회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았고, 사진을 근거로 한 불완전한 회원 명단으로 통지하여 모든 소재 파악이 가능한 회원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소집 통지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입니다.

2. 2019년 4월 3일 정기총회 결의 무효:

• 총회 진행의 하자: 적법한 회장 권한대행자였던 G이 씨족회가 분열되어 총회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정기총회 종료를 선언했으며, 이에 따라 일부 회원들이 해산했습니다. G의 이러한 선언은 적법한 대표자의 권한 행사로 인정되므로, 그 이후 C 측에 의해 개최된 총회는 적법한 씨족회 총회로 볼 수 없습니다.
• 표결 절차의 하자: C의 재신임을 묻는 안건에 대해 일부 회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제출된 '결의서 및 위임장'도 실제 회의 당시 의결권을 행사한 증거로 보기 어렵고, 회의 도중 퇴장한 종원은 출석 종원으로 보지 않으므로, 정관상 의결 정족수 충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적법한 결의로 인정될 수 없습니다.

3. 2020년 4월 3일 정기총회 결의 무효:

• 적법한 대표자였던 G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한 지자체의 협조 요청에 따라 정기총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현수막, 신문 공고, 문자 메시지 등으로 회원들에게 충분히 알렸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적법한 대표자의 권한 행사였습니다.
• C 측은 G의 연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총회를 진행하여 G 측 회원들은 대부분 불참했습니다. 이는 씨족회가 분열된 상태에서 일부 회원들만으로 진행된 총회이므로, 씨족회 회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자리로서의 적법한 정기총회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4. 2020년 10월 31일 임시총회 결의 무효:

• 이전의 모든 C의 회장 선출 결의가 무효이므로, C은 적법한 회장 지위에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C이 회장 자격으로 소집한 이 임시총회는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해 소집되지 않은 것으로 부적법합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법원은 이 사건 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을 적용했습니다.

1. 씨족회(종중) 총회 소집권자 및 소집 통지의 적법성

• 법리: 씨족회 총회 결의가 유효하려면 총회가 정관에 따른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해 소집되어야 합니다. 소집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집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차석 임원 또는 발기인이 소집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대법원 1992.11.27. 선고 92다34124 판결, 대법원 1993.3.12. 선고 92다51372 판결).

• 사례 적용: 이 사건에서 씨족회 정관은 회장을 임시총회의 적법한 소집권자로 정하고 있으며, 회원 30인 이상이 서면으로 소집을 요구할 경우 회장의 판단에 따라 총회를 소집하고, 회장이 소집하지 않을 때 감사가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C은 당시 회장이나 감사가 아니었으므로 소집권한이 없었습니다. 또한, 정관 제8조의 '회원에게 임시총회 소집권이 있다'는 규정은 일반적인 권리 내용을 정한 것이지, 개별 회원에게 단독 소집권을 부여한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씨족회 임원이 모두 궐위되었다고 해도 C은 연고항존자에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정관에서 정한 방식 이외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소집권자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 법리: 씨족회 총회를 개최하려면 모든 통지 가능한 종원에게 개별적으로 소집 통지를 해야 합니다. 지파 또는 거주지별 대표자에게만 알리거나 일부 종원에게 통지를 누락한 채 개최한 총회 결의는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9다7182 판결, 대법원 2014.11.27. 선고 2013다24382 판결).

• 사례 적용: C은 형사사건을 이유로 일부 종중 회원(G 측)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았고, 불완전한 회원 명단을 근거로 통지하여 소재 파악이 가능한 모든 회원에게 개별 통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소집 통지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 씨족회(종중) 회원의 권리 및 자격 정지의 효력

• 법리: 씨족회는 그 구성원인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처분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7.9.6. 선고 2007다34982 판결).
• 사례 적용: C의 회원 자격을 기한의 정함도 없이 무기한 정지하는 씨족회 임원회의의 결의는 씨족회 회원으로서의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처분에 해당하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3. 씨족회(종중) 대표자의 총회 산회 선포의 효력

• 법리: 씨족회 총회에서 적법한 대표자가 산회를 선포한 후 종중의 대표자가 아닌 자에 의해 같은 일시에 이루어진 회의 개최 및 진행은 적법한 총회로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1979.4.24. 선고 77다1173 판결).
• 사례 적용: G은 적법한 회장 권한대행자로서 씨족회 분열로 총회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총회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법원은 G의 이러한 판단과 선언이 적법한 권한 행사이며, 그 이후 C 측에 의해 진행된 총회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씨족회(종중) 총회 결의의 표결 절차 및 의결 정족수

• 법리: 직선제에 의한 씨족회 회장 선출 시 의결 정족수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출석 종원은 문제가 된 결의 당시 회의장에 남아 있던 종원만을 의미하며, 회의 도중 스스로 퇴장한 종원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1.7.27. 선고 2000다56037 판결).
• 사례 적용: C의 재신임 안건에 대해 일부 회원이 반대하고 표결을 요구했음에도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제출된 서면 결의서나 위임장은 실제 의결 당시 회의장에 남아있던 종원들의 명확한 의결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표결 절차의 하자를 인정했습니다.

5.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 법리: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 중지 또는 연기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사례 적용: 익산시장 등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씨족회 정기총회 연기를 요청했고, 적법한 대표자였던 G이 이 요청에 따라 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회원들에게 알렸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대표자의 결정이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씨족회(종중) 관련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정관 준수: 씨족회 정관은 내부 규율과 의사결정의 핵심입니다. 총회 소집, 의결, 임원 선출, 재산 관리 등 모든 활동은 정관에 명시된 절차와 요건을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정관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명확하게 개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적법한 소집 절차: 총회는 정관에 정해진 소집권자(회장, 감사 등)가 소집해야 하며, 소집 통지는 모든 소재 파악이 가능한 회원에게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통지가 불완전하게 이루어지면 해당 총회 결의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3. 대표자의 권한 대행: 회장의 사임이나 유고 발생 시, 정관에 따라 누가 적법하게 권한을 대행하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대행자가 총회 연기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회원들에게 충분히 공지해야 합니다.
4. 공정한 총회 진행 및 표결: 총회 진행 시에는 의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모든 참석자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특히 임원 선출과 같은 중요한 안건은 정관에 명시된 개의 정족수 및 의결 정족수를 충족시키고, 찬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서면 결의나 위임장을 받을 경우, 그 효력을 명확히 하고 실제 의결권 행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재난 상황 대응: 감염병 확산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집회 자제 요청이 있을 경우, 씨족회 대표자는 이를 고려하여 총회 연기 등의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연기 사실과 사유를 회원들에게 충분히 공지하여 혼란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막아야 합니다.
6. 회원 권리 보장: 씨족회는 그 구성원인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회원 자격, 선거권, 의결권 등)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처분(예: 기한 없는 회원 자격 정지)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처분은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7. 내부 분쟁 해결 노력: 씨족회 내부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정관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토지 매매와 같은 중대한 사안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모든 회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필수적입니다.